A. 다른 교통수단과 다르게 기차는 근본적으로 안전벨트가 없어도 안전합니다. 철도를 달리는 열차라는 특성상 급제동을 해도 갑자기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 구조이죠. 실제 시속 300㎞로 달리던 KTX는 급제동해도 1분 10초 동안 3.3㎞를 더 이동한 후에야 멈춥니다.
KTX는 700t에 가까운 무게로 그만큼 속도를 올리거나 멈추는 데 힘이 들기 때문이죠. 700t의 무게는 웬만한 충격도 흡수하는 질량입니다. 700t KTX에 1t 승용차의 무게는 70kg 사람에게 150g 즉석밥 정도 무게에 불과합니다.
또한 KTX는 선로라는 고정된 진로 위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좌우로 진로를 이탈하지 않지요. 급경사도 없습니다. 횡방향의 충격으로부터도 안전합니다.
그래도 ‘안전벨트를 매면 더 안전한 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는데 안전벨트가 있으면 오히려 사고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합니다. 기차는 사고가 나더라도 열차에서 몸이 튕겨 나갈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객차 내에서 몸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는 최대한 신속하게 열차팀장의 지시에 따라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안전벨트가 없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죠.
실제 미국 연방철도국(FRA)의 2002년 실험에서 정지한 기관차에 차량이 시속 48㎞로 충돌했을 때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른 부위별 부상 위험도를 측정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안전벨트를 매나 매지 않으나 상해 기준치 초과하지 않음. 반면 목 부위 충격은 오히려 안전벨트를 맨 더미(인형)가 더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2007년 영국 철도안전표준위원회(RSSB)의 실험에서도 안전벨트가 오히려 목 부위 부상 위험을 더 높이는 등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안전벨트 착용이 승객 대피나 구조를 방해해 사망자가 최대 6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죠.
사망자가 발생한 철도사고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열차가 찌그러지거나 부서져 승객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경우 안전벨트가 있었다면 사망자가 6배나 더 늘어난다고 분석됐습니다.
이런 과학적 근거에 의해 KTX뿐만 아니라 국내 열차에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외국 열차 역시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