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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격무에 폭염질환까지"…학교 급식노동자들 아우성

신중섭 기자I 2020.07.15 11:53:59

급식 종사자 76.5% "코로나 이후 업무강도 늘어"
"배식시간 3배↑…소독통 메고 일일이 칸막이 소독"
개학연기 여파로 혹서기 근무…절반은 온열질환
"대체인력 확충하고 구체적 온열질환 대책 필요"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배식 시간이 증가하고 방역 업무가 추가되는 등 노동 강도가 증가하면서 학교 급식 종사자들이 교육당국에 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더욱이 개학 연기로 인해 혹서기에 근무하게 되면서 온열 질환 위험에도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전 서구 관저동 대전선유초 1∼2학년 학생들이 27일 등교수업 첫날 비말방지를 위해 불투명 아크릴로 칸막이를 한 급식실에서 줄을 서 음식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학비노조는 “무더위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급식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은 대책 없이 급식실 안전을 위한 철저한 위생지침과 업무 매뉴얼 준수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비노조가 이달 8~10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소속 급식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626명 중 76.5%(3537명)가 코로나19 이후 급식실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진 업무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7.8%(2676명)이 학년·학급별 시차배식으로 인해 길어진 배식업무 시간을 꼽았다. 식탁 칸막이 설치로 인해 늘어난 청소 시간을 꼽은 응답자도 20.6%(955명)를 차지했다.

안순옥 학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실태조사 결과 시차배식으로 인한 배식시간은 평소보다 최대 3배까지 길어졌다”며 “퇴근 시간은 동일한데 제한된 시간에 칸막이 설치·청소, 급식실 위생관리까지 더해져 노동강도가 악화했고 휴식시간은 가질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실배식 학교의 경우 배식설비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수십 킬로그램의 밥과 국, 반찬을 직접 나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박윤숙 서울 경일중·고 조리실무사는 “매일 직접 무거운 소독통을 어깨에 메고 급식소 구석구석을 소독하다 보면 어깨끈에 멍이 들기도 하고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소독액에 호흡까지 힘들다”며 “아프면 쉬면 된다고 말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연차나 병가를 쉽게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여름방학 시작이 미뤄지면서 폭염 속 근무로 인한 온열질환 위험에도 노출돼있다고 호소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인 혹은 주변 동료가 온열질환을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46.5%(2150명)에 달했다. 두통, 심한피로, 현기증 등 열사병 증상을 느꼈다는 응답자도 48%(2217명)를 차지했다.

학비노조는 “코로나19로 방학이 미뤄져 7~8월 혹서기 근무를 하게 됐다”며 “바깥보다 평균 10도 이상 뜨거워져 50도까지 올라가는 찜통 급식실에서 조리복, 장화, 장갑에 이제는 마스크까지 이중으로 착용한 채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급하게는 코로나19 업무를 위한 별도 인력을 충원하고 대체인력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서 아프면 자유롭게 연차나 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아가 근본적으로 급식실 배치기준, 즉 1인당 식수인원을 전면 하향 조정 해야 하며 폭염 시기 구체적인 온열질환 예방대책과 냉방대책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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