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은, 통화정책 완화기조 재확인.."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

김혜미 기자I 2020.06.11 12:00:00

"실효하한 가변적..여건 봐가며 금리 운영"
"글로벌 교역 축소정도 금융위기 넘어서"
"회사채 시장 불안요소 상존..면밀히 점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0년 6월) 설명회. (왼쪽부터)최창호 물가동향팀장, 이상형 통화정책국장, 박종석 부총재보, 장정수 정책협력팀장. 한국은행 제공
[이데일리 김혜미 원다연 기자]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까지 내렸지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기준금리 운영을 결정하는 한편 기존의 공개시장 운영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국내 수출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아시아 경제성장률 하락과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 저유가 기조는 물론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등이 종합적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은 “실효하한, 상황에 따라 바뀌어..여건 봐가며 금리 운영”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진자 수가 올 2분기 중 정점에 이른 뒤 점차 축소되고, 국내에서도 대규모 재확산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 하에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마이너스(-) 0.2%, 물가상승률은 0.3%로 예상된다.

한은은 세계 경제가 하반기부터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회복속도나 반등시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글로벌 경제 및 국내외 경제 및 정책운영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채권매입 같은 공개시장 운영과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기존 정책을 보완하거나, 아예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등 적절한 정책수단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0.5%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실효하한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있지만 한은은 필요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기본적으로 금리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며 “실효하한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금리수준에 대한 평가 등은 여건 변화를 봐 가면서 판단하고 그에 따라 기준금리 운영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교역 금융위기 넘어서..한국 수출 악화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생산 및 교역 위축 정도가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례없는 각국 봉쇄조치로 글로벌 공급 차질과 구매활동 제한, 통관·물류 지연 등이 국내외 교역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국과 교역이 확대돼 온 중국 및 아세안5(ASEAN5;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의 성장률 하락과 반도체 경기 회복 부진은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은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되겠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정가격이 하락할 경우 반도체 경기 회복은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저유가 기조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도 한국 수출의 하방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은은 “미국의 중국기업에 대한 규제, 글로벌 기업의 대(對)중국화 가속 등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수출은 글로벌 상품 교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양호하겠지만 코로나19 전개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은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로(0)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안정과 자본이동 변동성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경제성장률 및 교역신장률 전망. (자료=한국은행)
◇“국채·회사채 시장 불안요소 상존..면밀히 점검”

한은은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지난 3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국고채 시장에서 만기 10년 이상 장기금리의 경우 최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채권공급 확대 우려 등으로 하락폭이 제한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경우에도 4월 중순 이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A등급 이하 비우량물 채권 발행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은은 “국고채 시장의 수급불균형 우려가 남아있고, 신용증권시장에서는 실물경제 충격 우려로 비우량물을 중심으로 한 신용경계감이 여전히 높다”며 “향후 코로나19 파급영향 등으로 금융시장이 재차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