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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킹달러·유럽 에너지난에 물가 정점 지연 가능성"…금리 더 올려야(종합)

최정희 기자I 2022.09.08 15:05:20

한은,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발간
달러 강세, 물가 상승 압력 키워…"킹달러에도 추가 빅스텝은 아직"
英처럼 장기기대인플레까지 뛸라…''금리 인상'' 등 정책 대응 지속
한은 "당분간 점진적 금리 인상…한 두 번 올리면 중립금리 상단"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6.3%)이 물가상승세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한은은 물가 정점이 지연될 수 있다며 ‘물가 정점론’에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오를 경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킹달러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지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추가 빅스텝은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9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한은)
◇ “물가 정점 지났는지, 지연될지 모르겠다”…7월 정점서 후퇴

한은은 8일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유가 전망,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오름세는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상방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25일 기자회견에서 “7월이 물가 정점일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그 뒤 러시아가 유럽 가스관을 잠갔고 달러인덱스가 110선을 넘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90원까지 치솟는 등 물가 상승압력이 더 커진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예측하는 물가 정점 시기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향후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고 근원물가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 정점 시기가 지난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지연될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존 7월 정점 입장에서 일부 후퇴한 것이다.

달러 강세는 국내 물가의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됐단. 환율 상승은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0.4%포인트 끌여올렸다는 분석이다. 민간 소비 회복세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을 떠받쳐 준다.

특히 환율은 최근 들어 무역수지 적자, 중국 위안화 약세 등으로 주요국 대비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총재보는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서도 더 빠르게 오르는 등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 발생시에는 시장 안정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에 대한 발언은 5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때부터 매일 수차례 반복해서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 별로 먹히지 않고 있다.

한은은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긴축 강도, 우크라이나 사태 격화, 중국 금융불안 등의 악재가 쌓이면서 자본 유출 위험도 커지고 있지만 일단은 추가 빅스텝(정책금리 0.5%포인트) 인상보다는 0.25%포인트씩 올리는 점진적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재보는 “최근 환율이 오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경기, 물가 상황이 지난 달 금통위(25일) 이후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 후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 물가 얼마나 낮아져야 금리 그만 올릴까

물가 급등세를 막으려는 중앙은행들 사이에선 영란은행 사례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영란은행은 5~10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8%로 사상 최고치를 찍어 물가목표치(2%)의 두 배 이상을 넘었다. 한은은 “최근 영국에서 볼 수 있듯이 가파른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상당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5~6%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물가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꺾여야 금리 인상을 끝낼 수 있을까.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지 않은 기준은 실제 물가가 어떤지 간에 2%를 향해 간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게 기준이 될 것”이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더라도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로 안착돼 있다면 그것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로 안착돼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이 중장기 기대인플레 심리로 번지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4%대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중장기 기대인플레를 자극할 위험이 크다는 평가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더 올려 연 2.75~3%가 될 경우 중립금리 상단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부총재보는 “현 기준금리 2.5%는 중립금리 중간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한 두 차례 더 올리면 중립금리 상단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잭슨홀 출장차 미국 와이오밍주를 방문하던 중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먼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하기 어렵다”고 밝혀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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