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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콜마가 최근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거듭났다. 앞서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하면서 신약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같은 제약사간 인수합병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이 인수한 한올바이오파마(009420)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 잇달아 신약 기술을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5년에 총 1046억원을 들여 하올바이오파마를 인수했다. 당시 한올바이오파마는 ‘연구개발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지속할 매출구조가 약하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대웅제약이 인수한 후에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에 8100만달러(약 871억원), 미국 로이반트에 5억 250만달러(약 5400억원) 규모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며 환골탈태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6% 늘어난 842억원이었으며, 특히 영업이익은 기술수출 영향으로 1136.5%나 늘어난 35억 3000만원이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약 1000억원을 투자해 2~3년만에 이 정도 성과를 냈으면 큰 성공을 거둔 인수합병 사례”라며 “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국내에서 제약사간 인수합병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 녹십자가 지난 2015년 일동제약 지분 29.36%를 확보하며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모펀드인 H&Q코리아가 녹십자가 보유했던 일동제약 지분 중 20%를 인수하면서 인수합병은 없던 일이 됐다. 일동제약 측 반대로 실패했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인수합병’이라고 평가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당시 경험을 통해 국내보다는 해외 유망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로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소규모 인수합병은 꾸준히 이어졌다. 셀트리온은 한서제약을, 레고켐바이오는 한불제약을 인수해 각각 셀트리온제약, 레고켐제약으로 이름을 바꿨다. 휴온스는 한약마을·청호네추럴·바이오토피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한독은 태평양제약을, 미국 알보젠은 한화 계열사였던 드림파마를 인수했다.
제약계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야 하는 신약 연구개발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동필 넥스팜코리아 회장은 “브리스톨마이어와 스퀴브가 합병해 BMS를 만든 것은 신약에 대한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연간 21조원 규모로 형성됐다. 이와 관련 900여개 제약사 중 1조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업체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 광동제약 등 3곳에 불과하다. 특히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업체들은 ‘고만고만한 제약사 수백개가 아웅다웅’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매출 규모가 3조~4조원은 돼야 경쟁력 있는 신약 연구개발이 가능하다고 본다. 신약은 10년 이상 개발기간과 1조원 이상 비용이 들지만 성공률은 3% 정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성공률이 낮은 건 글로벌 제약사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하나만 성공해도 나머지 실패를 상쇄할 수 있다”며 “반면 우리 업체들은 하나에 올인해야 하니 경쟁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해도 살아남으려면 인수합병을 통해 기본적인 체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앞으로도 국내 제약사간 인수합병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화이자는 워너램버트·파마시아·와이어스·호스피라 등을 합병하며 규모를 키웠고, 사노피는 신데라보·아벤티스·젠티바가 합쳐졌다”며 “해외 업체들이 규모를 키워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