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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보다 55% 더 비싼 韓 의식주, 한은 "금리로 못 잡아"

최정희 기자I 2024.06.18 14:00:00

BOK이슈노트 ''韓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발간
농경지 부족·유통비용 커 ''농산물'' 가격 높아
백화점 옷 선호·높은 재고 쌓기 ''옷값도 비싸''
사과 등 과일·채소 수입 강화하고 유통비용 낮춰야
의식주 물가, OECD 수준으로 낮아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의식주 물가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5%는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농산물과 의류 가격이 비싼 것은 사과 등 수입 개방 제한, 브랜드 옷 선호 현상 등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구조적 물가 상승 위험’을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 시간 지날수록 식료품·의류가격, OECD보다 계속 비싸져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은 18일 ‘6월 물가안정목표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우리나라 물가 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주요국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제하의 BOK이슈노트를 보고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가 수준은 195개국 중 27위로 높은 편에 속하지만 소득 수준이 비슷한 OECD 국가와 비교할 때는 중간 수준에 속했다. 그러나 품목별로 보면 희비가 갈린다. 먹고, 입고, 살아가는 의식주 물가 수준이 작년 기준 OECD평균(100)보다 55%나 높았다. 예컨대 사과는 279% 가량 더 비쌌고 돼지고기·감자는 200% 넘게 비쌌다. 티셔츠, 남성정장도 210% 가량 더 비쌌다. 한은은 “소득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식료품·의류 가격은 OECD 평균 대비 1.5배 높다”고 평가했다. 주택임대료(서울 월세 기준)의 경우 소득 대비 집값 배율(PIR)이 25.8배로 267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반면 공공요금은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억제 정책에 27% 더 쌌다. 수도요금, 전기료, 세탁료, 인터넷 비용 등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은이 OECD 33개국 주요 도시의 물가 수준을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 생활비지수(달러화 환산)를 활용해 세부품목별로 비교한 결과다.

관건은 식료품, 의류 가격 수준이 시간이 갈수록 OECD평균보다 더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까지만 해도 식료품 가격은 OECD평균보다 19% 높았으나 작년엔 56%나 더 높아졌다. 의류·신발은 1990년대에는 9% 더 쌌으나 61% 더 비싸졌다. 반면 공공요금은 90년대엔 10% 가량 더 쌌는데 작년엔 27%나 더 싸졌다.

출처: 한국은행


◇ 한은 “구조적 문제다”…사과 등 농산물 개방해야

이렇게 가격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한은은 이를 ‘구조적 문제’로 짚었다. 농산물 가격이 높은 이유는 국내 농업이 농경지가 부족하고 영농규모가 작아서 생산성이 낮아 생산단가가 높고 유통비용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과일·채소의 수입 비중은 각각 약 40%, 30%에 불과하다. 미국이 70%, 50%인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유럽도 과일·채소 수입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한은은 의류가격이 높은 이유에 대해선 “국내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옷에 대한 선호가 높다보니 일부 해외의류 업체가 국내 판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고 백화점 등에서 재고를 크게 쌓아두니 재고 비용이 높은데 이 부분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은은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웅지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물가수준이 높거나 낮은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한다”며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의 수입선을 확보하고 소비품종의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입이 과도하면 국산 과일 생산 감소로 이어져 가격이 외려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수입 개방 속도와 범위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은은 주요국 대비 낮은 공공요금은 단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낮은 공공요금으로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의 빚이 커지는데 이는 결국엔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짐으로 ‘세대 간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의식주 물가가 OECD평균 수준으로 낮아지면 총소비지출이 7%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대로 공공요금이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아지면 총소비지출은 3% 가량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품목별 물가가 OECD수준으로 조정되면 총소비지출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4%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러한 물가 특성을 통화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임 차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의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물가 수준이 높거나 낮은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만 유독 주요 품목들의 물가가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끌어올려진다면 물가목표치를 2%보다 높여야 하는 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창현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농산물, 의류 등 일부 산업에 국한해 구조적인 요인이 발생한 것일 뿐 물가 전반의 구조적 요인이 물가를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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