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교통혁명’ 자전거 고속도로 2년내 완성한다

캐노피형 자전거하이웨이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교통체계를 차량 우선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우선으로 확 바꾼다. 임기 내에 서울에 ‘자전거 하이웨이’(Cycle Rapid Transportation·CRT)‘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자전거도로가 차동 옆 일부 공간을 할애해 불안하게 운영됐다면 CRT는 차량, 보행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만의 별도 전용도로 시설이란 점이 큰 차이점이다. 형태도 캐노피형, 튜브형 등 교통량과 도로여건에 맞게 다양하게 조성된다.

박 시장은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의 세계 최대 수준의 차 없는 거리, ‘시클로비아(Ciclovia)’ 를 방문해 이러한 내용의 CRT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된 박 시장은 전임 시장들에 비해 시민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대형 프로젝트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오세훈 전 시장의 광화문 광장 등 시민들의 일상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 말이다.

결국 박 시장은 자전거로 승부수를 띄웠다. CRT는 보행친화도시 추진, 공공자전거 따릉이 확대 등 그간 도심에 차량을 줄이고 보행자와 자전거를 배려한 박 시장 교통정책의 완결판이기도 하다.

CRT는 자전거 간선도로망을 뜻한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 자전거 간선망은 한강 자전거 길을 중심으로 한 동서축에 의존했다”며 “앞으로 남북축을 더해 막힘이 없는 자전거 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튜브형 자전거 하이웨이

CRT는 지상 구조물이나 도로 상부 등을 활용한 캐노피형 또는 튜브형, 도심 속 녹지공간으로 기능할 그린카펫형 등으로 조성된다. 캐노피형은 중앙버스차로 공간 위편이나 측면에 만드는 구조물이다. 튜브형은 한강 다리 또는 서울로 7017 등 기존 시설물의 하부나 측면에 자전거가 다니는 큰 튜브를 장착하는 것이다. 그린카펫형은 강남 등 비교적 공간이 충분한 곳에 자전거 도로와 함께 나무를 심어 자연 친화적인 형태로 만든다.

차로 높이였던 가로변 자전거 도로의 경우 추진 중인 녹색교통지역 확대 및 도로공간 재편과 연계해 차도를 축소하고 보도높이로 조성한다. 차로와 물리적으로 분리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보장할 계획이다.

자전거 도로 확대에 따른 교통체증 우려에 대해 박 시장은 “일부는 차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곳도 있겠지만 이번 계획의 핵심은 버스중앙차로 위에 기존의 버스나 차량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차로를 줄이는 것은 승용차 이용자에게 방해가 될 수는 있지만,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에서 시민 대다수는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다리를 활용한 테마가 있는 자전거도로망과 5개 생활권 자전거 특화지구도 조성된다. 가양대교(서울식물원~하늘공원), 원효대교(여의도공원~용산가족공원), 영동대교(압구정로데오거리~서울숲) 등은 교량, 주변의 관광자원과 연결해 피크닉·나들이에 특화된 자전거도로망으로 구축된다. 자전거도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강교량과 구조물 개선도 추진된다.

그린카펫형 자전거 하이웨이

문정, 마곡, 항동, 위례, 고덕강일 5개 도시개발지구는 각종 개발사업과 연계해 총 72㎞의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따릉이 대여소도 집중적으로 설치한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3억원을 들여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용역을 거쳐 좀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이르면 내년에는 상당 부분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임기 내 마무리‘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2년이면 충분히 완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따릉이는 내년 4만대 시대 개막을 앞두고 구릉지 주민을 위해 전기 따릉이 1000대를 시범 도입하고 따릉이 수요가 높은 지하철역 주변에 입체형 자전거 스테이션 조성도 추진된다.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따릉이 운영주체도 서울교통공사, 스타트업 등 민간까지 확대된다.

‘차 없는 거리’도를 확대 운영한다. 그간 도로 위주로 운영했다면 앞으로는 관광객·쇼핑객의 보행 수요가 많은 이태원 관광특구나 남대문 전통시장 등을 ’차 없는 지역‘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코엑스 주변 등 강남 지역으로도 차 없는 거리를 확대할 예정이다. 잠수교와 광진교 등 한강 다리는 정기적으로 ’차 없는 다리‘로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