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8월13일 08시2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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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랙록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자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최소 10년 전으로, 과거 유한양행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면서 업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지수의 등락에 따라 기계적으로 편입된 종목을 사고파는 패시브 투자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해외 기관투자자가 상황이 여의치 않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를 늘렸다는 점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과거 국내 제약업체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사례도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이번 투자 확대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한양행 투자 확대…‘렉라자’ 역사와 맞물려
12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록이 운영하는 펀드 자회사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는 지난 10일 유한양행 지분을 기존 5.07%에서 6.50%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블랙록의 지분 취득 전후로 유한양행 주가는 연일 상승했다.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7만3500원이던 주가가 8만5600원까지 올랐다. 다만 12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2.92% 하락한 8만3600원에 마감했다.
블랙록이 유한양행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이력에 따르면 지난 2015년에도 유한양행 지분 5% 이상을 확보해 주요 주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유한양행은 6년 만에 수장 교체를 단행하며 이정희 사장(현 이사회 의장)을 신임 대표에 선임했는데, 이후 유한양행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며 제네릭(복제약) 중심에서 신약개발 쪽으로 본격적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당시 이정희 사장은 “임상비용이 많이 들어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한의 나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R&D 중심 기업으로의 변신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신약 개발 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기술이전이 이뤄진 것도 바로 2015년이다. 유한양행은 오스코텍 및 제노스코로부터 초기 개발단계에서 기술도입 한 후 임상 개발을 진행해 2018년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렉라자는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제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현재는 J&J가 렉라자와 이중항체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밥)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한 66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같은 호실적을 달성하는 데 렉라자의 역할이 컸다. 렉라자의 유럽 출시에 따라 약 3000만달러의 마일스톤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렉라자의 판매가 이뤄지며 유한양행의 로열티 수익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렉라자의 로열티 비율은 10~12%로 알려졌으며, 증권가에서는 올해 유한양행이 렉라자로 벌어들이는 로열티 수익만 약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패시브 투자냐…K바이오 재평가 신호냐
블랙록의 이번 투자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단행했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단순 기계적인 패시브 투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블랙록은 ETF 및 인덱스 자금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어 패시브 및 지수 효과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투자 대상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해외 투자자의 K바이오에 대한 시각 변화를 엿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유한양행의 경우 최근 IR조직이 해외 투자설명회(NDR)를 적극적으로 펼친 것으로도 전해진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이벤트 등을 빠르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지난달 말 약 4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는데, 공시에는 이 시기에 블랙록의 유한양행 지분 매입이 다수 이뤄진 것으로 나타난다.
블랙록이 최근 지분을 늘린 기업은 유한양행뿐만이 아니다. 국내 대표 바이오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훨씬 컸다. 블랙록은 지난 7일 알테오젠 지분 5.03%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30일까지만 하더라도 지분 4.98%를 보유해 지분 공시 의무가 없었지만, 5%를 초과하며 지분 보유 사실을 알렸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어 주는 원천 기술(ALT-B4) 등 혁신적인 제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블랙록은 이밖에도 지난 3월 HLB 지분을 5% 이상으로 확대한 데 이어 8월에는 7.15%까지 확보했다.
헬릭스미스·신라젠 투자 실패…이번엔 다를까
물론 블랙록이 국내 바이오 기업 투자에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과거 국내 바이오 기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이력도 존재한다.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 3상에서 실패한 헬릭스미스가 대표적이다.
블랙록은 지난 2020년 3월 헬릭스미스 지분 5.08%를 보유했다고 밝히면서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당시 헬릭스미스가 개발하던 엔젠시스의 임상 성공 기대감이 커지던 시기로, 블랙록은 이 시기를 활용해 주식을 매입했다. 하지만 결국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고, 블랙록은 같은 해 말 약 70%의 손실을 떠안고 보유 지분을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젠도 블랙록이 투자한 곳으로 유명하다. 블랙록은 2019년 신라젠의 지분 5.01%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이할 만한 것은 당시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과 관련해 미국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임상중단을 권고 받는 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후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라젠은 각종 악재를 맞으며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으며, 이 과정에 블랙록도 지분을 대거 정리하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이번 블랙록의 K바이오 투자 확대를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펀더멘털을 중요시하는 만큼 이같은 기조에 맞춰 투자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이번에 블랙록이 투자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쏠림 현상 때문에 빠져 있었다고 보는 게 맞고, 기존 투자 포인트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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