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역 오후 6시, `지옥도` 펼쳐졌다..대책은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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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기자I 2025.09.24 09:42:06

관광객·직장인 몰리자 긴 줄 늘어선 성수역
4개 뿐인 출입구에 시민들 “퇴근길 전쟁같다”
‘출구 신설’ 약속했지만…公 “예산 없다” 통보
임시방편 대신 '계단 출구 신설' 필요성 제기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이동하세요! 빨리 건너세요!” 지난 23일 오후 6시 5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2번 출구 앞.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성동구청 인파관리요원의 목소리가 가득 찼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에스컬레이터로만 이어진 좁은 출구에 퇴근길에 오른 직장인과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리자 인파는 결국 차도까지 쏟아졌다. 시민들은 차량, 자전거, 오토바이와 함께 질서없이 뒤엉켰다. 인근 직장인 박명진(49)씨는 “(퇴근길이) 전쟁이다”며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성수역에 인파가 몰리며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8월 같은 문제가 불거진 뒤 1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서울교통공사는 오는 10월까지 출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삽도 뜨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사이 불편과 위험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되고 있다.

23일 오후 퇴근시간대가 되자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출구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사진=정윤지 기자)
하루 평균 9만여명 오가는데…퇴근 시간마다 ‘북새통’

같은 시간 성수역 3번 출구 앞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출구도 계단이 없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앞으로 25m쯤 되는 긴 줄이 늘어섰다. 오후 7시 정도가 돼서야 시민들은 긴 줄을 서지 않고도 지하철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파관리요원으로 일하는 A씨는 “오늘 정도면 사람이 없는 편”이라며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면 줄이 더 길어져 위험하다”고 했다.

성수역의 혼잡은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퇴근 시간대 성수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긴 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 성수역은 공장 밀집 지역으로 유동인구가 특출나게 많은 지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근에 스타트업 사무실과 각종 패션·뷰티 브랜드가 들어서고 소위 ‘핫한’ 동네가 되면서 기존 성수역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용인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 것이다.

실제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역의 일일 평균 승하차 인원은 8만 8059명으로, 1~8호선 전체 역사 중 7년 전 40위 권에서 껑충 뛰어올라 13위를 기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성수역 출구가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성수역사는 1980년 개통 당시 조성된 4개 출구가 전부다. 반면 성수역과 일 평균 비슷한 규모의 유동인구를 감당하는 2호선 서울대입구역(8만 7928명)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9만 3824명)은 출구가 각 8, 9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0월 전까지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성수역 2·3번 출구 뒤편으로 계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성동구청도 이에 발맞춰 출구 주변 거리가게(노점상)를 옮기고 인도를 따라 펜스를 설치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23일 오후 퇴근시간대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2번출구 앞으로 전철역을 이용하려는 시민들과 차량이 도로 위에서 뒤섞여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계단 출입구 신설 대신 임시방편만…“사고 언제든 날 수 있어”

하지만 이날 새로운 계단 출입구를 만들기 위한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예산이 없어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구청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5월 ‘예산을 지원받지 못했고 예산이 편성되면 공사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구청에 전달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에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제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단 구청은 오는 11월까지 우선 2번 출구와 맞닿은 횡단보도 위치를 옮기기로 했다. 시민들이 차량들과 뒤섞이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청은 지난 8월 22일 행정안전부로부터 특별교부세 2억원을 확보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성수역으로 4년째 출퇴근하는 직장인 차은아(28)씨는 “매번 질서 관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나오는 것도 인력 낭비 같고 직장인들도 퇴근길이 지친다”며 “빨리 새로운 출구가 생겨서 인파가 흩어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고모(27)씨는 “이태원 사고 이후 인파에 대한 불안감이 다들 커졌는데 상황을 방치하는 건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구청 관계자는 “중요한 건 사람은 더 늘어났다는 점”이라며 “결국에 예견되는 문제를 막으려면 출입구를 신설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 시즌이라 편성 요청 중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지체 없이 예산을 투입해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작은 불씨도 큰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출퇴근 때 출구가 모자랄 정도로 (인파가) 몰리면 출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날이 추워지면서 사람들이 움츠러들고 긴장하면 더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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