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8000억 유로(약 1250조원) 규모의 국방비 증액 계획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한 이후 유럽 국가들이 방위 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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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단합된 대처 속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반대로 일부 균열을 보였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의 친러 협상 기조를 견제하는 EU의 공식 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를 포함한 26개 회원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강력히 지지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려는 시도에 대해 맞서는데 한뜻을 모았다.
◇환대받은 젤렌스키…EU 자강론 공감대 형성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당초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직접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EU의 연대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는 대통령은 EU 정상회의에서 유럽의 지도자들과 악수를 하며 환영받았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모욕을 당한 뒤 쫓겨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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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방위와 억지력 강화를 위해 돈을 써야 한다”며 “유럽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獨 ‘채무제한’ 완화, 佛 ‘핵우산’ 논의…헝가리 EU ‘제동’
‘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는 유럽에선 재원 마련을 위해 각국마다 고군분투하고 있다.
독일은 국방비 증액을 위해 헌법상 채무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국방비 증액에 대한 독일 내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며 헌법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국방 예산 증액은 불가피하다”며 EU와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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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핵우산에 포함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이에 대해 독일과 영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의 군비 증강과 미 행정부의 새로운 기조 속에서 유럽은 보다 강한 방위력을 갖춰야 한다”며 프랑스의 제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EU의 단일 대응에 제동을 걸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처럼 푸틴 대통령과 유럽이 직접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EU 회의 전에 “EU는 미국을 따라 평화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고, 정상회의에서도 공식 성명 채택을 거부했다.
반면 슬로바키아는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가스 공급 분쟁이 성명서에 반영되는 조건으로 기존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한두 개국의 반대로 인해 EU의 결정이 미뤄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이제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EU, 우크라 군사지원 최대 400억 유로 예상
EU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규모는 200억~400억 유로(약 31조2000억~62조4000억원) 수준으로 조정 중이다. 그러나 회원국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액수는 오는 3월 유럽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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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국방 강화를 선언해 EU와 협력 강화를 시사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트럼프의 움직임이 오히려 유럽의 단결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영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 노동당 정부의 키어 스타머 총리 역시 “유럽과 미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EU, 방위력 강화의 새 시대…난제는 여전
EU는 이번 긴급 정상회의를 통해 자주적인 방위력 강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지만, 난제는 여전하다. 헝가리의 반대뿐 아니라 8000억 유로 규모가 실제 집행 가능성을 놓고 회원국 간 방위 협력 조율 문제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숱한 과제 속에서 이번 회의에서 EU가 미국 없이도 독자적으로 안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뤼셀의 한 EU 관계자는 “이제 유럽은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