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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왕이 "이·팔 전쟁 핵심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부당한 태도"

김겨레 기자I 2023.10.13 15:54:16

"팔레스타인 민족 정당한 권리 실현해야"
"이·팔 모두 친구" 중립서 무게중심 이동
"이스라엘 지원하는 美책임론 강조 포석"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팔레스타인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것이 문제(갈등)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군사 분쟁 발발 직후 중국이 어느 쪽도 비난하지 않고 중립을 표명한 것과 비교하면, 팔레스타인 쪽으로 다소 입장이 치우친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사진=AFP)


1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셀소 아모린 브라질 대통령 특별 고문과 전화 통화에서 “중동 문제의 핵심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족에 공평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충돌로 가능한 한 빨리 진정한 평화회담을 재개하고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당한 권리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보다 권위와 영향력이 있는 국제 평화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한다. 중국은 ‘2개 국가 해법’에 기초한 국제사회의 보다 광범위한 합의, 이를 위한 시간표와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2개 국가 해법’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다른 2개의 국가로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왕 부장은 “유엔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제 역할을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중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안보리의 긴급회의를 지지하고, 인도주의적 관심에 초점을 맞춰 폭동을 멈추기 위한 휴전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성명과 정례 브리핑, 타국과 회담 등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 달리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비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모두 ‘친구’로 칭하면서 양측의 자제를 요구했다. 중국이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외교 전략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어정쩡한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이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강조한 것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의 책임론을 강조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반격을 가하자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미국의 군사지원으로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이·팔 전쟁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을 위선자로 몰아가는 선전 전쟁에서 승리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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