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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편지] 43.한반도 해빙무드에… 영·러 숨고르기?

박태진 기자I 2018.04.26 10:03:03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첫번째)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두번째) 등 유럽정상들이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AFPBBNews)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지난 3월 러시아 출신이지만 조국을 배신하고 영국을 위해 첩보활동을 한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딸과 함께 영국에서 신경물질 노비촉 공격을 당하자 영국은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강력히 비난을 했습니다. 이후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도 러시아를 비난하는 영국에 힘을 보탰죠.

이 노비촉 사건 때문에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급격히 틀어졌습니다. 영국 땅에서의 신경물질 공격은 영국 전체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영국과 명백한 근거없이 러시아를 비난한다고 주장한 러시아가 팽팽히 맞섰죠.

영국은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소속 직원들을, 러시아는 자국 주재 영국대사관 직원들을 추방하기에 이르렀죠. 양국 관계는 얼어붙었습니다.

4월에는 시리아 사태가 터졌습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이 동구타 두마에서 반군과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물질 공격을 했다는 정황이 알려지자 영국은 미국과 프랑스에 힘을 보태 시리아 화학시설 등 3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죠.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의 든든한 지원자입니다.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서방이 시리아를 공격하면서 영국과 러시아 관계는 더욱 냉각됐습니다.

현재 남북 화해무드와 북미 대화가 추진되고 북한 비핵화 가능성 등이 부각되면서 한반도와 이해관계에 있는 주변 국가들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각각 북한과 미국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영국 역시 상대방에 대한 도발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시리아 사태 이후 러시아는 보복을 경고했죠. 러시아 정부가 뒷받침하는 해커집단이 조만간 영국과 미국 등의 정부 시설이나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과 영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해킹은 사회, 경제, 금융 시스템을 망가뜨리면서 어쩌면 미사일 등 군사공격보다 더 큰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해킹같은 사이버공격은 지구에 있는 군사시설이나 국가기반시설, 기업시스템 등에만 한정되는것이 아닙니다. 우주공간에서 벌어질 수도 있죠.

군사 강대국들은 도청 및 추적, 정보수집 등에 인공위성을 활발히 활용합니다. 지난 2007년 미항공우주국(NASA) 기후관측 인공위성이 당했던 것처럼 해킹을 통해 이같은 인공위성의 기능을 마비시켜버리거나 적국이 띄워놓은 인공위성을 자국의 인공위성으로 물리적으로 충격을 가해 망가뜨릴 수도 있죠.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우주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입니다.

지난 3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로버트 애슐리 국장은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러시아와 중국이 이 같은 인공위성을 포함해 우주 전쟁에 활용할수 있는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서방과 러시아, 영국과 러시아는 이처럼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적대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결국 양쪽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국경을 접한 러시아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안드레이 코르투노브 러시아국제관계협의회 회장과 말콤 찰머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부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자원을 내다 팔수 있는 유럽시장이 필요하며 러시아 경제발전을 도와줄 유럽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영국은 러시아의 투자로 이득을 봤다. 무엇보다 미국, 영국, 러시아가 모두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쪽의 핵공격은 상대방의 핵공격을 불러와 결국 모두 파괴될수 밖다. 결국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을 이어가고 보복 조치 등을 취하게 되면 냉전시기를 거치면서 맺었던 핵이나 화학무기 부문 군비감축조약 등이 실효성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가 점점 더 위험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무엇보다 영향력을 키우는 국제테러집단, 국제범죄조직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서방과 러시아는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그러면서 이들은 러난 2년간의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양국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는데요.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고위급 또는 실무 차원의 대화채널은 열어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군과 북대서양조약(NATO)간 군사채널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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