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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긴장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3월 셋째 주까지 중동 지역에서 18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았고, 클락슨 기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은 전쟁 이전보다 95% 감소했다. 단순한 심리 위축을 넘어 실제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송업종 부담을 키우는 것은 유가와 정제유 가격 급등이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원유 공급 충격으로 이어지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150달러대로 뛰었고, WTI 선물도 90달러를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 연료인 제트유는 정제설비 가동 차질까지 겹치며 배럴당 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고, 선박 연료인 HSFO와 VLSFO도 전쟁 이전 대비 각각 100%, 120%가량 급등한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연료비 급등의 충격은 업종별로 다르다. 항공은 유류할증료로 일부 전가가 가능하지만 제트유 가격 급등과 제한적인 헤지 구조 탓에 부담이 가장 크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BAF 조항을 통해 일부를 운임에 반영할 수 있고, 벌크선·에너지선은 장기운송계약과 대선계약 구조 덕분에 연료비 전가가 상대적으로 쉽다. 육상운송 역시 화주에 비용을 넘길 수 있는 구조여서 직접적인 이익 훼손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연료비 민감도를 항공여객, 컨테이너선, 항공화물, 벌크선, 육운 순으로 제시했다.
국내 업체들의 중동 노출도가 크지 않다는 점은 일부 완충 요인으로 꼽혔다. 대한항공(003490)은 두바이와 텔아비브 운항을 중단했지만 여객 매출 내 비중은 낮은 한 자릿수 수준으로 파악됐고, 저비용항공사들은 중동 취항이 거의 없다. 팬오션(028670)의 건화물 중동 비중도 미미하며, CJ대한통운(000120)의 기존 사업 영향 역시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HMM(011200)과 현대글로비스(086280)도 대체 항구와 육상운송로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향후 전개를 두 갈래로 나눠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한 달 안팎에 외교적 타결이 이뤄지고 유가가 2분기 평균 80달러, 하반기 60~70달러 수준으로 안정되는 정상화 시나리오에서는 전쟁 이후 낙폭이 컸던 종목 위주 매수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대표 종목으로는 단기 선호주 CJ대한통운, 장기 선호주 대한항공을 제시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시장 점유율 확대와 제한적인 연료비 부담이 강점으로 꼽혔고, 대한항공은 항공화물과 미주 여객, 유가·환 헤지 전략을 통해 타 항공사 대비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3월 말~4월 초 이후에도 분쟁이 장기화해 유가가 평균 120달러를 넘기고, 원·달러 환율이 1480~1600원 수준까지 오르는 시나리오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운임 상승만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보다 고유가와 원화 약세 속에서도 이익 훼손이 제한적인 기업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최 연구원은 팬오션 중심 대응을 권고했다. 팬오션은 벌크선뿐 아니라 탱커와 LNG운반선 비중도 있고, 장기운송계약과 대선계약이 많아 연료비 전가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방어력이 높다는 평가다.
결국 현재 운송업종 주가를 좌우하는 것은 업황 자체보다 중동 리스크가 얼마나 빨리 진정되고, 그에 따라 유가와 환율이 얼마나 안정되느냐다. 최 연구원은 “전쟁 초기 물류 병목에 따른 운임 상승이 과거처럼 무조건 운송업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 운임 상승은 오히려 경기 둔화와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