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 교사의 사례처럼 교사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원 사망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경기·강원·인천·경북 제외), 스스로 세상을 등진 교원 61명 중 단 1명만이 순직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직종 공무원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교육공무원의 자살 순직 인정률은 15%(20명 중 3명)로 전체 공무원의 자살 순직 인정률인 36.36%의 절반에 불과하다.
사망한 교사의 순직을 인정받으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유가족이나 학교가 신청서·증빙자료를 교육지원청에 제출하고, 교육지원청이 자료를 검토해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하면, 공단이 사실관계나 추가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자료를 넘겨받아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인사혁신처 판단에 이의가 있을 경우 유가족은 재심을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
전문가들은 유가족들의 ‘입증책임’을 부담으로 꼽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학교 측이 고인에 대한 순직 신청을 하지 않으면, 유족이 순직 유족 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업무와 고인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은 유족에게 맡겨지는데, 학교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각종 문서·증거를 유족들이 스스로 모아야 한다.
대전 용산초 교사 사망 사건을 법률 대리하고 있는 박상수 변호사(법무법인 선율)는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은 남겨진 증거를 통해 상황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유족들이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는 것자체가 부담될 수 있고 학교가 비협조적일 경우 유족이 자료를 얻는 수집하는 것마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차원의 조력 시스템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박 변호사는 “모든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순직이 인정될 만한 정황이 충분히 인정되고 유족의 조력이 어려운 특별한 경우 위원회 차원에서 조력을 해줄 것을 결의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학교 등 교육당국의 책임 강화도 거론됐다. 박 변호사는 “교사의 순직 인정 과정에서 지금까지 학교는 소극적이었다”며 “유가족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학교로부터 정보를 모으는 것보다 모든 자료를 갖고 있는 학교 측에서 순직 인정 절차를 신청하고 협조하는 경우 순직 인정 비율이 높다.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