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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태풍 힌남노는 위력면에선 ‘매미’에 버금갔고, 강수량은 ‘루사’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한반도의 모습은 당시와 비교해 적은 피해를 입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도 적지않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의 최저해면기압은 955.9hPa의 관측값으로 역대 2위였던 매미 954.0hPa에 이어 세번째 위력을 가진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높다.
영향면에서 보면 일최대강수량은 지난 5일 제주 윗세오름에서 703.0㎜를 기록해 루사(870.5㎜, 강릉)에 이어 두번째다.
힌남노는 이같이 위력과 영향면에서는 역대급 태풍이지만, 수백명의 인명피해와 수조원의 재산피해를 낳았던 매미와 루사보다는 피해가 덜할 전망이다.
이는 힌남노가 한반도 상륙 시나리오 가운데선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한 경로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힌남노는 5일 자정 제주시와의 최근접 거리인 성산 동남쪽 해상 40km에서 945hPa의 강도로 우리나라에 근접한 이후 6일 새벽 4시10분경 거제에 상륙해 오전 6시 부산을 지나 7시10분께 울산에서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매미급 강도의 태풍이었음에도 이동경로가 매미보다 더 해안에 가깝게 포물선을 그리며 북동진했다. 경남남해안 지역을 약 2시간 20분간 스치듯 빠르게 지나면서 태풍의 위험반원 반대편에 우리나라 내륙이 놓일 수 있었다. 힌남노의 일최대풍속은 6일 37.4㎧로, 지난 2019년 링링(42.1㎧)에 이은 8번째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1위인 태풍 매미(51.1㎧)와 비교해 13.7㎧ 가량 낮은 것이다.
힌남노가 이같이 동편화한 것은 우리나라 상층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많이 유입되면서다. 이 찬 공기는 힌남노의 강도를 약하게나마 약화시키는 요인도 됐다. 하지만 찬공기가 경남권까지 남하하며 태풍의 고온다습한 수증기와 만나 ‘선상강수대’가 형성된 경북 포항과 경주엔 시간당 최대 110㎜의 거센 비가 내리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선상강수대는 적란운이 쌓이고 쌓여 마치 선 모양으로 이어진 강한 비구름대를 말한다. 매우 좁은 범위에 집중호우를 내리기 때문에 재해의 원인이 된다.
선상강수대의 집중지역에 놓인 포항은 태풍 상륙 전후인 새벽 6를 기점으로 3시간 동안에 거센 비가 집중됐다. 6일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7시간 동안 342.4㎜의 물폭탄이 쏟아져 6일 지역별 최다 강수 지역을 기록했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았던 서울도 구별 편차는 있지만, 강남구에서 5일 하루동안 181.5㎜의 비가 쏟아져 이틀간 250㎜가 넘는 비가 쏟아졌으며, 그 밖에 울산 매곡 334.0㎜, 지리산 333.5㎜ 등도 3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다만 비 피해가 루사에 비해 적었던 것은 루사는 느리게 한반도를 통과하며 강릉 내륙에 하루새 870.5㎜의 비를 퍼부었던 것과 달리 힌남노는 제주 산지에 이틀간 954.0㎜의 강수를 뿌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태풍 안에는 상승 기류가 강하게 발달한 핫타워가 있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은 핫타워 쪽에서 발생한다”며 “이것이 차지하는 면적은 태풍 전체 면적 중에 3% 정도밖에 안 된다”며 “그래서 ‘기상청에서 과다 예보한 것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번 태풍 무서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많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