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카인가?" 미래적 외관, 아늑한 실내 '합격점'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소프트웨어 '환골탈태' 수준 가속력은 '그럭저럭'…승차감·주행보조는 차급 이상 시작가 364만원 인상 '섭섭'…안전사양 기본화 영향
[고양=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아반떼는 강력한 성능과 화려한 신기술을 뽐내는 플래그십 세단이 아니다. 일상 주행에 필요한 기본기에 초점을 맞춘 엔트리 모델이다. 자동차로서 갖춰야 할 요소를 얼마나 충실하게 담았는지, 매일 사용하면서 불편할 만한 구석은 없는지를 먼저 따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현대자동차 디 올 뉴 아반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지난 24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약 40km 구간을 8세대 ‘디 올 뉴 아반떼’로 왕복하는동안 차 안팎을 샅샅이 살펴도 좀처럼 빈틈을 집어낼 수 없었다. 자동차 본연의 기본기는 탄탄했고 편의사양과 감성 품질도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신형 아반떼의 외관은 지난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호평이 이어졌다. 실물은 사진보다 더욱 매력적이고 특히 무광 색상 차량은 콘셉트카를 그대로 끌고 나왔다고 해도 믿을 법하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과장되지 않았고 개성적이면서도 금방 질리지 않을 균형을 갖췄다.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운전석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실내는 플래그십 세단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하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고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도 손 잘 닿는 곳에 배치됐다. 공조장치, 미디어, 비상등처럼 운전 중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디지털 화면에 몰아넣지 않고 물리 버튼으로 남겨둔 점은 실로 기특하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실내에 세련된 분위기를 더한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6년 전 출시된 7세대 아반떼(CN7)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피처폰이었다면, 신형 아반떼에 적용된 플레오스 커넥트 기반 시스템은 스마트폰이다. 메뉴 구성은 훨씬 직관적이고 화면 전환과 터치 반응속도도 차원이 다르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전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차량용 인공지능 비서 ‘글레오’ 대화내역 화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프리미엄 트림부터는 차량용 인공지능 비서 ‘글레오’가 탑재된다. 차량 설정과 기능에 관한 요청을 더듬더듬 말해도 의도를 정확히 알아듣고, 날씨와 교통정보 등 소소한 정보를 물어보기에도 유용하다.
다만 차량 하드웨어 제어는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일례로 “오토홀드를 켜달라”고 요청하면 글레오는 관련 버튼을 화면에 표시하지만 기능을 직접 작동하지는 못한다. 안전·규제상의 이유로 아직 미구현된 기능이 많지만, 향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실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가솔린 2.0 모델은 최고출력 149마력, 최대토크 18.3㎏f·m로 가속력이 강력하지는 않다. 엑셀러레이터를 깊게 꾹 밟아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까지 다소 지연이 있고 내부로 유입되는 엔진음도 큰 편이다. 그렇다고 힘이 부치다고 평할 정도는 아니다. 일상적인 도심 중·저속 주행에는 일체 지장이 없고 탁 트인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는 데도 충분하다.
승차감은 기대를 크게 웃돈다. 요철과 과속방지턱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고 잔진동도 적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가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고 노면에 붙어 미끄러지듯 달린다. 순간적으로 차급의 차이를 잊을 정도다. D컷 스티어링휠은 크기가 약간 작고 조향감도 가벼워 운전대를 돌리는 손맛은 덜하지만, 운전의 편안함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장점이다.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굳이 흠잡을 곳이 없다. 차로 중앙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앞차를 인식해 가감속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고 믿음직스럽다. 한때 윗급 모델에서나 기대할 수 있었던 후측방 모니터, 진동 경고 스티어링휠,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세심한 보조 기능도 초보 운전자에게 특히 반가울 만하다.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연비는 14.2㎞/ℓ. 김포 외곽 정체 구간이 섞인 주행 환경이었고, 탁 트인 공항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40km까지 속도를 높이며 거침없이 운전했던 점을 감안하면 연비 효율도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운전석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신형 아반떼의 시작 가격은 2398만원으로 이전 모델 시작가보다 364만원이나 올랐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최저 시작 가격을 놓고 단순 비교만 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7세대 아반떼 구매자 중에 최저 트림에 안전·편의사양을 전혀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차량을 구매한 비중은 10% 미만에 그친다. 대다수 소비자는 상위 트림을 선택하거나 자신에게 꼭 필요해 보이는 안전·편의사양을 추가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신형 아반떼는 최저 트림에도 차로유지보조2, 안전하차경고 등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안전사양을 대거 기본화했다. 더 저렴하게 차량을 구매할 선택지는 사라졌지만, 유사한 사양끼리 비교하면 실질적인 가격 차이는 약 100만원에 그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반떼의 주요 수요층이 운전 경험이 부족한 20·3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사양을 기본화한 상품 구성은 설득력이 있다.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사진=현대자동차)
그럼에도 결정적인 흠 하나는 남았다. 현대차의 영문 첫 글자 ‘H’를 형상화한 조약돌 모양의 스마트키다. 크기가 불필요하게 크고 세련미도 떨어진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 녀석이다. 다행히도 현재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키를 개발 중이고 향후 출시 차종에 적용할 계획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귀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