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흑인 여성 미 대법관 탄생하나

방성훈 기자I 2022.01.28 14:10:06

바이든-퇴임 앞둔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 기자회견
바이든 "후임자는 흑인 여성…2월 말까지 지명할 것"
진보 성향 잭슨·크루거 등 하마평 올라
보수6 Vs 진보3 현 대법 구도·11월 중간선거 등 영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기 퇴임하는 스티븐 브라이어 연방 대법관의 후임자로 흑인 여성을 지명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실화하면 미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하게 된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스티븐 브라이어 미 연방 대법관. (사진=AFP)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브라이어 대법관과 함께 그의 은퇴 소식을 전하면서 2월 말까지 지명자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공약했던대로 흑인 여성으로 빈 자리를 채우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오늘 공직에서 쌓은 놀라운 경력을 쌓은 브라이어 대법관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그는 우리나라의 법이 국민을 위해 작동하도록 공정한 눈으로 국가에 헌신했다”며 브라이어 대법관을 추켜세웠다.

앞서 브라이어 대법관은 오는 6월 말 또는 7월 연례 임기가 끝나고 나면 사임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고 상원에서 인준을 받을 때까지는 법원에 남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 대법관은 스스로 퇴임하지 않으면 종신까지 직무를 계속하게 되며 사퇴 또는 사망으로 결원이 생길 때에만 새 대법관이 나온다.

브라이어 대법관은 올해 83세로 9명의 연방 대법관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그는 19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7년 간 대법관으로 재직했으며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진보 행보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후임자와 관련해 별도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지명할 사람은 탁월한 자격, 성격, 경험 및 성실성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며 “브라이어의 대법관의 탁월함과 품위의 유산에 합당한 사람을 후임자로 선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한 가지 외에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브라이어 대법관의) 후임자는 최초의 흑인 여성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자를 2월까지 확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진보 성향 대법관 임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이어 대법관의 후임자는 민주당 소속 바이든 정권에서 지명되는 만큼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수 6대 진보 3으로 기울어져 있는 무게추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 연방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며 보수 우위가 됐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미 워싱턴 DC 컬럼비아특별구 연방항소법원 순회판사.(사진=AFP)
대법관 인준은 미 상원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커탄지 브라운 잭슨 미 워싱턴 DC 컬럼비아특별구 연방항소법원 순회판사와 레온드라 크루거 캘리포니아주 대법원 대법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잭슨 판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해 6월 임명했으며, 당시 상원에서 인준안이 통과될 때 민주당 50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3명의 지지를 얻었다. 잭슨 판사는 이 때부터 대법관 후보로 여겨져 왔다. 워싱턴 DC 항소법원이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법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그가 후임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크루거 판사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법무부에서 법무장관 보좌관과 법무차관 대행 등으로 일했으며, 2014년 민주당 소속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전 주지사가 주 대법원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다만 연방 대법관 9명 중 8명이 연방항소법원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 대법원 출신은 이례적 지명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외에도 미셸 차일즈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 지방법원 판사, 레슬리 애브럼스 가드너 조지아주 연방 판사, 유니스 셰릴 리 뉴욕 연방 항소법원 판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브라이어 대법관의 후임 인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정부가 ‘약속을 지킨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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