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의 한 들깨밭. 이른 시간임에도 밭 주변 기온은 40.6도까지 치솟아 숨이 턱턱 막혔다. 경운기에 걸터앉아 연신 땀을 닦아내던 유모(88) 씨는 “TV에서 노인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볼 때마다 남 일 같지 않다”며 “예전엔 아무리 더워도 장난삼아 ‘따뜻하다’고 말했는데 이젠 그런 농담조차 나올 수 없는 날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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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올해 벌써 23명(8월5일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20명)을 넘어섰다. 특히 뙤약볕 아래서 밭일이나 논농사를 하던 고령층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전국적 폭염은 농촌 현장을 ‘목숨을 건 일터’로 만들었다. 파주읍 파주리에 있는 가지 농장에서 만난 50대 김모 씨는 땀에 젖어 연신 “뜨겁다”면서도 “일을 멈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직원 4명에게 최저임금만 지급해도 한 달에 인건비만 1000만원인 상황에서 가지 한 상자 가격은 1만원에 불과해 일을 쉬면 사실상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파주읍 백석리에서 고추와 오이를 가꾸는 박모(82) 씨는 “지금 물을 안 주면 오이가 다 말라비틀어진다”며 “극한 더위에도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씨는 기자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이내 오이밭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부곡리의 벼농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0㎏가량의 예초기를 메고 벼 주변의 잡초를 베던 김현기(58) 씨의 얼굴에는 땀과 꺾인 풀잎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그늘 한 점 없는 논의 온도는 이미 30도를 훌쩍 넘어섰고 습도는 77%에 달했다.
김 씨는 최근 농부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대해 “‘나온 김에 저기까지만 더하고 들어가자’ 하는 마음에 무리하게 된다”이라며 “결국 욕심 때문에 저승 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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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도심의 작업 현장도 가혹하긴 마찬가지다. 5일 오후 3시30분 서울 중구 중림동의 한 공사장에서 만난 김 모 씨는 “기능성 쿨토시를 착용했는데도 땀띠가 날 지경”이라고 전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폭염 속에서도 긴팔과 긴바지, 안전화와 안전모까지 갖춰 입은 채 뙤약볕과 싸우고 있었다.
햇볕 한 자락 들지 않는 주차장은 또 다른 ‘찜통’이었다. 같은 날 낮 12시,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의 한 주차장은 차량에 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매연까지 합세해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주차 안내요원 송모(20) 씨는 “올라가 주세요”를 연신 외치면서 형광봉을 흔들었다. 복장 규정 탓에 긴팔 셔츠와 긴바지, 형광 조끼에 모자까지 착용한 송씨는 길게는 4시간 연속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준 얼음물과 포도당 사탕으로 버티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번 주에만 어지럼증을 호소해 근무 중 교체한 직원이 두 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지하 6층 주차장. 주차장 한 켠에 이동식 냉방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고객이 내려온다”는 무전이 울리면 곧바로 원위치인 출입구 쪽으로 돌아가 안내를 이어가야 했다.
이 직원은 “너무 덥다”면서도 “본사에서 취재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던 50대 여성 고객은 “이런 데서 일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정말 탈수가 올 것 같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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