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한영석 사장은 오는 16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50년간 2200척 이상의 압도적 건조실적을 달성했고, 올 상반기 발주량은 이미 지난해 연간 발주량보다 23%나 늘어난 상태”라며 “이번 코스피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초격차 전략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린쉽·스마트조선소 등에 7600억 ‘투자’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의 퍼스트무버, 선제적 투자를 통한 초격차’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친환경 미래 선박 기술 개발과 스마트 조선소 구축, 해상 수소인프라 투자 등을 미래 핵심 3대 사업으로 선정, 이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상장 이후의 계획 등을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친환경 선박(그린쉽) 개발에 1800억원, 디지털 선박 기술 개발에 1300억원,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3200억원, 수소 인프라 분야에 1300억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는 수소 및 암모니아 선박, 전기추진 솔루션, 가스선 화물창 개발 등에 집중해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디지털트윈 등 디지털선박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자율운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
이와 더불어 2030년까지 생산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조선소를 구축해 효율적인 생산체계와 안전한 야드를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해상 수소 인프라 시장 선점을 위해 업계 최고 조선해양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상 신재생 발전 및 그린수소 생산, 수소 운송 인프라 분야에 투자를 확대한다.
◇ ESG 경영 노력…연내 지속가능 웹페이지 개설
한 사장은 “ESG 경영도 매우 중대하게 다루고 있다”며 현안으로 3가지를 꼽았다.
먼저 ESG 경영을 내재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체계적인 ESG 경영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작년말 최고 지속가능경영책임자를 선임했고, 지난 4월에는 이사회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해 ESG 리스크를 인식하고, 전략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거버넌스 방안을 마련하고자 상세 실행전략과 로드맵을 구축중이다.
두번째로는 기후변화 리스크에 있어 선제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다. 기후변화 위기에 앞서 LNG 추진선, 전기, 수소 등 고탄소 연료 선박분야에서의 기술우위를 어떻게 선점할 지, 이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 순환체계 달성, 재생에너지 사용 등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론 안전한 작업장을 어떻게 만들고 실현하는 지다. 한 사장은 “가장 큰 전략으로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고위험 작업에서 안전요원, 안전지킴이, 관리 등 3중 위험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스마트 안전기술을 도입해서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ESG 정보공개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조선해양, ESG전략팀 등과 함께 올 하반기엔 지속가능 웹페이지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내년엔 현대중공업 창립 50주년을 맞는다”며 “IPO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더욱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며 앞으로의 50년 역시 조선업계를 선도해나가고 지속 발전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셀러마켓으로 변모…선순환 사이클 진입”
현대중공업은 비전 달성을 위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신규 수주 증가로 선수금 유입이 늘어나며 순 차입금 비율은 34.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주요 조선사 평균인 107.9%에 비해 1/3 수준으로, 현대중공업은 우량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조3120억원, 영업이익 325억원으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작년말 이후 발주량 증가가 상당히 이뤄졌고, 전세계 발주잔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로 급등했다”며 “이미 2년~2년반치 물량을 확보중이며, 주요 조선소 가용 납기가 제한적인 상황에 선가가 급격히 인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락슨선가지수에 따르면 작년 최저점 대비 선가는 16%가량 인상됐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 등이 향상되면, 해상물동량도 더 늘어날 전망인데다 친환경 법안들이 속속 가시화하며 노후선 교체가 더 가속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 대표는 “향후 3~5년 정도는 수급 측면에서 아주 견조한 펀더멘털이 이뤄질 것”이라며 “발주가 늘어나고 선가가 상승되는 조선산업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을 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7월 말까지 조선해양부문에서 59척, 86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액(72억달러)을 20% 초과 달성했다. 이는 2014년 이후 같은 기간 수주량 중 역대 최고치이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머스크사로부터 세계 최초로 1조6500억원 규모의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는 등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리서치 기관인 영국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 시장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불황에서 13년 만에 반등, 2025년까지 글로벌 신조 시장 수요가 연 평균 약 16% 성장하는 등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영석 사장은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사업과 엔진사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친환경 미래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난 50년에 이어 다가올 50년에서도 조선업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공모가 PBR 0.8~0.9배로 낮아…“상장후 프리미엄 예상”
현대중공업은 이번 IPO를 통해 전체 지분의 20% 규모인 18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그룹 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후 한국조선해양 지분율은 79.7%로 낮아진다.
공모가밴드는 주당 5만2000~6만원이며, 9월 2일~3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해 6일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4조6160억원~5조3260억원으로 7일과 8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해 9월 1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상장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이고, 공동주관사는 하나금융투자, KB증권이다. 인수단으로는 삼성증권(016360), 대신증권(003540), DB금융투자, 신영증권(001720)이 포함됐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희망공모가는 올 상반기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8~0.9배에 해당해 업종 글로벌 피어그룹 평균(1.12배)대비 낮다”며 “글로벌 업계 1위 기업으로서 상장후 프리미엄 형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