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여행사들이 잇달아 대규모 감원에 나서면서 여행업계에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일단 비용 절감 차원에서 버티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폐업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NHM 여행박사는 13일까지 10명을 제외하고 전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감축 규모만 250명이 넘는 셈이다.
NHN여행박사의 이번 대규모 감원과 관련해 내부에선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부터 재택과 무급·유급휴직을 병행한 NHN여행박사는 7월부터 무급휴직을 재개했지만, 만료 기한을 지키지 않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서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직원들에게 내년 1월까지 무급 휴직 동의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NHN여행박사 한 직원은 “무급휴직 기간에 노사간 협의도 없이 희망퇴직 절차를 밟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라며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청춘을 바친 회사가 나를 버렸다는 생각에 너무 괴롭다.”고 한탄했다.
앞서 중견여행사인 롯데관광과 자유투어도 대규모 인원 감축에 돌입한 바 있다. 롯데관광은 직원이 3분의 1을 줄였고, 자유투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130여 명이던 직원 수를 30명 이내로 줄였다.
두 여행사 모두 무급휴직 중에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이에 폐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롯데관광은 최근 제주드림타워 개장을 앞두고 본사를 제주로 이전했고, 자유투어의 경우 본사 사무실 운영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NHN여행박사의 대규모 감원은 이른바 ‘줄 폐업’에 대한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NHN여행박사는 모회사가 NHN으로 중소형 여행사 가운데 자금력이 탄탄했던 몇 안 되는 종합여행사였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여행업계는 지금 비자발적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는 셈”이라면 “앞으로의 상황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여행업계의 몸집 줄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로 올 상반기에만 600여 여행사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여행업체 수는 2만1671곳으로, 지난해 말(2만2283개)보다 612곳(2.7%)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하던 3월 말(2만2115개)보다는 496곳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