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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상대 분풀이소송 남발…"해외선 금지, 국내 대안 마련 시급"

성주원 기자I 2022.07.19 12:24:18

수천·수만건 소송 반복 제기 ''부당소송'' 심각
영미법계 국가선 법원이 소송금지명령 가능
정승연 위원, 현행법상 가능한 대응방안 제시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법관이나 법원공무원, 국가기관 등을 상대로 수천·수만건의 소송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이른 바 ‘부당소송’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해 현행법상 가능한 대응방안을 제시한 보고서가 발간됐다.

현직 법관인 정승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소권 남용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 현안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부당소송 현황과 해외 대응 사례를 정리하고 몇가지 대응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일인 1명이 2019년 2만778건, 2020년 2만3036건의 소송을 접수한 사례가 있다. 그는 최초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뒤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법관이나 법원 공무원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소를 제기했다. 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소하고 패소하면 서울고등법원에 무분별하게 항소를 하는 식이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재심청구를 했다.

또한 동일인이 지난 2020년1월부터 5개월간 전국 각급법원에 3462건의 소송 내지 신청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이같은 부당소송과 관련한 소장 등 소송서류에는 욕설이나 담당 공무원을 음해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송비용 납부 없이 소송구조 등을 반복적으로 신청해 재판이 장기화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동일인의 소송 반복 접수 사례(자료: 사법정책연구원)
이처럼 법관이나 법원공무원, 국가기관을 상대로 반복적인 소송을 제기해 소송 상대방에게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가하고 법원의 정상적인 재판업무 수행을 저해하는 ‘부당소송’이 자주 일어나면서 효과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 연구위원은 “부당소송에 대해 현행법상 소장각하명령,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 전자소송 사용자등록의 정지·말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소송서류의 송달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납부하지 않은 채 제기되는 부당소송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등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각국은 부당소송에 대응하는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영국, 미국, 호주 등 영미법계 국가의 경우 소권을 남용하는 당사자를 일정한 요건 하에 부당소송인으로 규정해 법원이 소송금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소송비용을 예납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서류의 송달 등 소송절차를 일절 진행하지 않으며 프랑스는 소권 남용행위에 대해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하고, 상대방이 소권 남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는 영미의 부당소송인 규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현행법상 가능한 부당소송 대응방안은 △전담재판부에 부당소송 사건을 병합시켜 보정명령 없이 무변론 소각하 내지 항소각하 판결로 신속히 처리하는 방안 △대법원규칙 또는 예규에 부당소송인의 전자소송 사용자등록을 말소하거나 비용 미납 등을 이유로 사건 접수를 보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정 연구위원은 또 △‘민사소송 등 인지법’에 소장 접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지액을 설정하는 방안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반복적인 소송구조 신청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 △소권남용을 이유로 소송서류를 공시송달하거나 소장각하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소권남용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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