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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오타쿠 직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작품을 선정합니다. 이들의 정보력과 선구안은 어느 시장정보 업체보다 훨씬 낫습니다. 일을 맡기면 보고서를 가져오는 데 20분도 채 안 걸립니다. 여기에 경영진은 사업적 시각을 보탤 뿐입니다.”
애니메이션, SF영화 등 특정 취미에 몰두한 사람을 일컫는 ‘오타쿠’. 때론 지나쳐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들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청장년층 전문 애니메이션 방송업체인 ‘애니플러스’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로 배급·방송하고 있으며, 오타쿠 남녀직원 각각 1명씩이 근무하고 있다.
전승택 애니플러스 대표는 오타쿠 직원이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타쿠 직원이 애니플러스에서는 핵심 인력”이라면서 “덕질(오타쿠 취미)와 업(직업)을 함께하는 ‘덕업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생활경제티브이(SBN TV)를 인수하고 애니메이션 전문업체를 개국했다. 콘텐츠 시장이 미래라는 판단에서다. 경쟁사가 어린이용 만화에 치중했다면 청소년·대학생층을 타겟으로 잡았다. 처음에는 작품 선정에 애를 먹었다.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정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약점은 오타쿠 직원이 바로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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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덕분에 올해 매출은 지난해 70억을 훌쩍 뛰어넘은 120억까지 넘보고 있다. 유료방송업체으로 받는 콘텐츠 송출료 이외에도 주문형비디오(VOD) 수익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매분기 제공하고 있는 애니메이션도 20여편에 이른다. 6명으로 시작했던 직원수도 이제 20여명으로 늘었다.
물론 우여곡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타쿠의 지나친 매니아 시각으로 대중성을 놓친 경우도 많았다. 특히나 폭력성이나 잔인성 문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수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탄의 아리아’, ‘나는 친구가 적다’ 같은 작품은 방영도중 등급을 변경하는 수모도 겪기도 했다. ‘진격의 거인’은 일각에서 일본 우익만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 대표는 “오타쿠 직원들은 특유의 마니아적인 시각 때문에 때로는 사업성과 대중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경영진들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간극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진격의 거인이 우익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방영자체를 금지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오히려 공론장이 형성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작품성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애니플러스는 동남아 태국,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해당 지역 유료방송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방송하고 있는 것. 아직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주요 콘텐츠이지만, 향후 한국 콘텐츠 수출 경로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배급을 통해 그럭저럭 사업을 키웠지만 결국에는 한국 콘텐츠를 직접 만들 계획”이라며 “그동안 배운 노하우를 통해 청장년층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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