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위안화 기축통화 지위 획득 촉구…"강력한 통화" 강조

방성훈 기자I 2026.02.02 09:29:44

中공산당 학술지, 2024년 시진핑 연설 최초 공개
"강력한 중앙銀, 국제적 금융사·중심지 구축 필요"
명확한 목표·구체적 방향까지 제시…"과거와 달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만드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제 통화체계에서 중국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베이징의 구상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중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주요 학술지인 ‘추시(求是)’는 전날(1월 31일) 시 주석이 2024년 각 지방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설문 일부를 최초 공개했다.

시 주석은 “중국 위안화가 국제 무역·투자·외환시장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고,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강력한 통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또 이를 위해 △효율적인 통화 관리가 가능한 강력한 중앙은행 △세계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고 국제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금융 중심지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은 ‘강력한 통화’라는 목표를 명확하게 밝힌 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이 더 광범위한 금융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방향성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발언들과 차별된다는 평가다. 중국 지도부가 오래전부터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왔지만, 시 주석이 이번처럼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건 처음이란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한 달러화 약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지도부 교체, 지정학적·통상 갈등 등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화 자산 비중을 재검토하는 등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시 주석의 과거 발언이 돌연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팬시언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켈빈 람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세계 질서 변화를 과거보다 훨씬 실감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위안화 강조는 최근의 세계 질서 균열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판궁성 총재도 지난해 상하이에서 투자자·규제당국·지방관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위안화가 다극적 국제통화체제 속에서 다른 주요 통화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위안화 영향력이 확대한 새로운 글로벌 통화 질서를 예고한 바 있다.

아시아그룹의 중국 사무국장 한선린은 “베이징은 위안화를 진정한 글로벌 통화로 만들고자 한다”며 “달러화를 즉각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 질서 분열 속에 미국의 영향력을 제어할 전략적 균형추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베이징은 달러의 지배력이 완전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자국 통화를 점차 전진시키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안화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세계 제2의 무역결제 통화로 부상했지만, 공식 외환보유액에서는 여전히 비중이 작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약 57%를 차지한다. 이는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2000년(71%)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과반을 웃돈다.

반면 위안화 비중은 1.93%로 유로화(20.82%), 일본 엔화(5.82%), 영국 파운드화(4.46%), 캐나다달러(2.66%), 호주달러(2.06%) 등에 이어 7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외국 투자자와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를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해서는 자본계정 개방과 완전한 자유 환전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교역 상대국들은 위안화가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돼 수출 경쟁력을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 정부가 통화 절상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1조 2000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해 말 “디플레이션으로 실질환율의 큰 절하가 발생했다”며 “중국 경제의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우란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무역 우위 확보에 이용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외환 정책의 핵심 목표는 위안화 안정과 가치저장 기능 유지”라고 짚었다.

중국 갤럭시증권의 장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내수 성장 강화와 첨단기술 발전을 우선시하는 만큼, 이러한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위안화 가치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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