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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최근 한국방송협회 세미나에서 올림픽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문화적 공유자산’으로 규정했다. 보편적 시청권은 법 조문이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얼마나 쉽게 경기에 접근할 수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교수는 특정 사업자가 고가로 중계권을 선매한 뒤 재판매하는 구조가 단독 확보 경쟁을 자극해 중계권료를 끌어올렸다고 우려했다. 이 과정이 국부 유출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사업자 중심의 독점 가능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라이트와 뉴스 소스 재공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경우 선수 노출이 줄고 종목 저변이 약화되는 등 스포츠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미디어평론가 조영신 박사는 단독 중계냐 공동 중계냐가 흥행을 자동으로 결정짓는 잣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체감 시청권을 약화시키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법 위반이 아니어도 제도 재검토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현행 체계에서는 JTBC 단독이든 지상파 공동이든 보편적 시청권 위반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국민이 올림픽에서 무엇이 벌어지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확산된다면 제도가 현실의 시청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신호라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중계권 구조는 시장 환경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다. 미국은 NBC가 장기간 독점 체제를 유지해왔고, 호주는 순환 분점 구조를 거친 뒤 최근에는 세븐과 나인이 경쟁하는 구도로 이동했다. 중동은 ASBU라는 국가 간 연합체 틀에서 beIN이 중계권을 확보해 재판매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유럽은 EBU 단독 확보에서 WBD 단독을 거쳐 WBD·EBU 공동 확보로 구조가 바뀌었다. 수익성과 리스크를 둘러싼 판단이 중계권 운용 방식을 조정해온 셈이다.
조 박사가 특히 주목한 것은 일본의 구조 전환이다. 일본 TV 아사히는 한때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 확보했지만, 이후 재판매가 막히고 정부 개입 논란과 외생 변수까지 겹치면서 독점이 되려 리스크로 돌아온 경험을 겪었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공동 확보의 틀을 ‘재팬 풀(Japan Pool)’에서 ‘재팬 컨소시엄(Japan Consortium)’으로 바꾸며, 함께 확보보다 “어떤 규칙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계약과 설계 차원에서 정교화했다.
해법은 ‘KC’…협상 단일화와 시청 보장 규칙을 패키지로
조 박사는 “한국도 과거 방식의 ‘코리아풀’ 복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코리아풀이 단독 입찰 유혹과 이해 충돌, 내부 갈등이 누적되며 결속력이 약해졌고, 단독 계약 중심으로 재편된 권리 구조 탓에 재판매 협상 의존도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대안으로는 ‘코리아 컨소시엄(Korea Consortium)’을 제시했다. 참여 범위, 편성 원칙, 비용 분담, 수익 배분, 소스 공유를 하나의 규칙 패키지로 묶어 ‘작동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접근이다. 조 박사는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고 비용 분담과 편성 권한, 제작 책임, 공동 소스 제공 범위를 문서로 만들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커버리지가 아니라 체감 시청권을 기준으로 핵심 경기의 최소 무료 접근 패키지를 명확히 하고, 하이라이트와 뉴스 소스의 최소 재공유 룰을 내부 의무로 보장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중계권료 지급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면 지상파 손실 보전이 아니라 공적 의무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무료 접근 패키지 제공, 공동 소스 제공, 편성 다양성 준수 등 조건을 명확히 걸고 설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중계가 JTBC에만 이뤄지는 상황과 관련해 “현행법상 방송사 간 중계권 협상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 같은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체감 시청권을 보장하는 운영 규칙을 갖춘 시스템으로 중계권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