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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는 22일 오전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방위로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도 학교 측은 권력을 이용해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다”며 “사회대 H교수 사건을 비롯해 교수와 학생 간 권력관계 개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선 윤민정 사회대 학생회장은 “징계를 미루는 것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며 “앞으로는 학생을 배제하지 않는 징계처리를 약속하고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은 “H교수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 합당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징계위원회나 인권센터가 아닌 학생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학교 사회대 소속 H교수는 지난 2012년부터 4년간 학생들에게 자신의 집에 핀 곰팡이를 제거하게 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 또 학생들에게 “너는 좀 맞아야 돼” “남자 없이는 못사는 여자들이 있다”는 등의 폭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권센터는 지난해 6월 학교 측에 H교수에 대한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권고했다. 같은 해 8월에는 H교수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서도 접수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징계위는 징계의결 요구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징계에 관한 의결을 해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는 징계위 의결로 30일 범위 안에서 1차에 한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H교수에 대한 징계 의결요구서를 접수한 만큼 11월까지 학교 측이 징계 결과를 발표 해야 했다는 게 총학생회 측 설명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H교수에 대한 징계의결이 요구돼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일부 징계요구 사항에 대해 외부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며 7개월째 징계를 미루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번 달 학교 측에 H교수 사건을 비롯해 교내 권력형 성폭력 사건 관련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외부기관 감사’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총학생회는 학생연대 대표와 대학원 총학생회 등 5명이 참여하는 면담을 재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성폭력 문제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과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달 21일 오후 9시를 기해 본부 앞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 근절을 위한 토대를 닦아야 한다”며 “천막농성을 통해 교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