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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계가 수년간 공 들여온 연방정부 차원의 통합 규제 체계 마련은 최소 내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고, 향후 입법 여부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비트코인은 클래리티법 부결 직후 단숨에 4% 이상 하락해 7만5000달러대까지 밀렸고, 제한적이지만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악영향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이탈표까지…의결정족수 60표에 크게 못 미쳐
미 상원은 15일(현지시간) 법안 심의 착수를 위한 클로처(cloture·토론종결) 표결을 실시했지만 부결됐다. 클로처는 해당 법안을 본격적으로 다룰지 여부에 대한 토론을 제한하는 절차로, 통과하려면 60표가 필요하다. 애초 공화당 53석에 민주당 측 이탈표가 가세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표결에선 찬성이 50표에 그쳤고 반대표가 49표에 이르렀다. 오히려 공화당 측에서 이탈표가 나왔을 정도다.
다만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기류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공화·와이오밍)은 표결 전 기자들과 만나 부결될 경우 “우리는 끝났다. 끝난 것”이라며 “1년 넘게 이 법안을 다뤄왔고 상대방 요구 120건 이상을 받아줬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 예측시장에서도 연내 법제화 확률은 민주당의 역제안이 나온 직후 17~18%까지 떨어졌다. 하루 전 34% 수준에서 반토막이 난 셈이다.
특히 법안이 과반수 찬성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여러 공화당 의원들까지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은 향후 입법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이 가상자산 사업과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윤리조항을 두고 공화당은 “가장 강력한 윤리조항으로, 이 이상 양보할 순 없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충분치 않다”고 맞섰다.
비트코인 4%대 급락, 가상자산 관련주식들도 동반 하락
입법 첫 관문부터 불발되자 가상자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표결 시작 전까지만 해도 7만9000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한꺼번에 4% 이상 하락하며 7만5850달러 수준까지 주저 앉았다. 비트코인 하락에 맞춰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서클, 불리시, 코인베이스, 마라홀딩스, 라이엇 플랫홈스 등 관련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파생상품 시장은 표결 전부터 이미 포지션 정리 국면에 들어가 있었다. 비트코인 무기한선물 미결제약정은 24시간 동안 1% 줄어든 1350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거래량은 54% 급증한 2070억달러로, 신규 진입보다 기존 포지션 청산이 빠르게 진행됐다.
“심리주도형 조정 이어질 듯” vs “시장충격 다소 과장돼”
향후 시장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월가 투자은행인 번스타인은 앞서 클래리티법 입법 무산 시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10~25% 조정을 겪으면서 5만5000~6만달러 구간에서의 지지를 테스트할 것이라고 점친 바 있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은 그보다 큰 15~30%의 조정폭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조정이 구조적이라기보다 심리 주도형이며, 기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현행 증권거래위원회(SEC) 권한 아래 승인된 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문제는 그 다음 수순이다. 토큰화 증권이나 온체인 파생상품 같은 차세대 상품은 클래리티법이 제공할 규제 틀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부결은 최소 2027년까지 SEC 집행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가이던스가 뒤섞인 체제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기관 자산배분 담당자의 65%는 향후 가상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기에 앞서 규제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반면 충격이 과장됐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브라이언 비텐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클래리티 통과 여부에 다소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며, 부결은 미국 기업들을 현행 SEC·CFTC 체제에 남겨둘 뿐이고 오히려 상품 출시와 토큰화 작업을 2027~2028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봤다.
21셰어즈 역시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법안의 효과는 이미 현실에 추월 당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25년 9월 SEC의 일반 상장기준 승인으로 ETF·ETP 심사기간이 약 240일에서 75일로 단축됐고, 솔라나와 XRP 현물 펀드는 클래리티법과 무관하게 출시됐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도 앞서 법안을 지지하면서 법 제정 없이도 가상자산 규정 정비를 계속 밀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간선거가 더 큰 변수…해외로의 자금 이탈 경고도
시선은 이미 11월 중간선거로 옮겨가고 있다. SALT의 존 다시 최고경영자(CEO)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통과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놨고,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는 선거 전 법안이 좌초되고 이후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갈 경우 의회와 행정부 간 장기 규제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월의 교착이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정책에 대한 분열된 권한을 다음 의회로 넘기는 위험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앞으로 가상자산 법안은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통과되기 어려워진다. 특히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맥신 워터스 의원이 다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클래리티법 입법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또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가상자산에 가장 비판적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은행위원회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 이탈 우려도 나왔다. 프레데릭 그레가드 카르다노 재단 최고경영자(CEO)는 “사업가와 개발자들은 미국이 정비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현재로서는 유럽연합(EU)이 가장 명확한 관할권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렌치 힐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과 글렌 톰슨 하원 농업위원장은 표결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오늘 표결이 의회가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위한 명확한 규칙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