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법원, 강제징용 日기업 자산 매각 본격화…피해자들 "환영"

남궁민관 기자I 2020.06.04 11:49:03

대구지법, 日정부 방해 끝에 일본제철에 공시송달
8월 4일 효력 발생 후 국내 자산 강제매각 추진할 듯
피해자 소송대리인 "신속한 집행절차 이뤄지길"
日 언론들 "심각한 상황" 언급하며 보복 가능성 제기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법원이 국내 자산 강제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대리인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밝히며 신속한 집행절차 진행을 요청하고 나선 가운데, 실제 집행 여부에 따라 향후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가 향후 더욱 냉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피앤알(PNR)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 등에 대한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PNR은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법원 결정에 따라 오는 8월 4일 송달의 효력이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2관 앞 소공원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 행사에서 징용 피해 당사자인 박정규 씨가 노동자상에 꽃다발을 걸어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日정부의 거듭된 방해…韓법원, 전범기업 국내 자산 강제 매각

법원의 이번 공시송달 결정까지는 무려 1년 5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18년 10월 30일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확정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해당 판결을 근거로 지난해 1월 3일 일본제철이 소유하고 있는 PNR의 주식 8만1075주(액면가 5000원 기준 4억537만5000원)에 대한 주식 압류명령 결정을 내렸다.

이후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이같은 결정을 일본제철에 송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으나 일본 정부의 방해로 연거푸 불발됐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2월 7일 해외송달 요청서를 수령했지만 약 6개월간 일본제철에 송달을 진행하지 않다가 같은 해 7월 30일 적법한 반송사유 없이 관련 서류 일체를 한국으로 반송했다. 이에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직후인 8월 7일 다시 한번 요청서를 보내며 송달절차를 진행했으나, 일본 외무성은 약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송달은 물론 반송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이번 공시송달을 결정하고, 효력이 발생하는 8월 4일 이후 일본제철이 소유한 PNR 주식을 강제로 매각·현금화한다는 방침이다.

◇피해자들 “조속한 집행” 요청…日 언론 ‘보복’ 언급

일제 강제징원 피해자들의 소송대리인은 이 같은 법원의 판단 직후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다만 그간 시간이 다소간 지체된 만큼 집행까지 속도를 내줄 것을 함께 요청했다.

법무법인 해마루 김세은·임재성 변호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한국 법원에서 2005년 소를 제기한 후 13년이 지나서야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그 집행과정 역시 일본 정부의 방해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공시송다이 실시된 때로부터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그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이후의 집행절차는 신속하게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또 강제집행 절차와 관련 현재 PNR의 주식에 대한 감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법원과 감정인의 신속한 절차진행과 제3채무자인 PNR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루어져 부디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들이 온전히 권리를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실제 일본제철을 비롯한 일본 기업들의 자산 매각이 가시화된다면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 역시 뒤따를 것이란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 대항 조처를 할 방침이어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실제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통해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 장관에게 “신중한 대응”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언급을 두고 앞선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와 같은 추가 보복을 뜻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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