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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는 6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모씨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으로 대선개입 활동을 했던 상황에서 자신이 한 일이 수사기관과 언론에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고려해 스스로 나가는 것을 주저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안에 머물수록 국정원 직원의 대선개입 활동 자료 흔적 등이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될 가능성 높았다”는 점을 근거로 민주당 관계자들이 김씨를 감금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실제로 김씨는 노트북 자료 대부분을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했다”며 김씨의 자료 파기를 인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법원의 무죄 선고 후 “사필귀정”이라며 “국정원 개혁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의원은 “(기소는) 적반하장이었다”며 “검찰, 국정원, 당시 박근혜 후보까지 공모에 의한 사법 농단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문병호 전 의원도 “국정원 국내 파트의 전면적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무죄 판결에서 명백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셀프 감금’ 사건은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처음 세상에 알린 사건이었다. 사건은 8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발생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민주당에선 국회의원과 당직자 수십 명이 오피스텔을 찾아 국정원 직원 김씨에게 외부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민주당 측의 요구를 거절하고 외부로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측은 곧바로 김씨를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과 선관위 측은 김씨의 반발을 이유로 관련 증거 확보에 소극적이었다. 김씨는 대치 중에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후보 비방 글을 올린 적이 없다.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정원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대치 국면에서 ‘민주당이 무고한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에 ‘셀프감금’이라고 맞섰다.
김씨는 대치 국면 발생 이틀 후인 12월 13일 사용하던 PC 2대를 경찰에 임의제출한 후 국정원 직원들의 호위 속에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추후 검찰 수사 결과에서 컴퓨터전문가인 김씨가 이 대치국면에서 파일 187개를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했던 점이 밝혀졌다.
경찰은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 16일 밤 11시에 느닷없이 “김씨의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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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국정원 대선개입의 실체가 드러나는 와중에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감금 혐의도 수사해야 한다”는 물타기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국정원 특수훈련을 받은 김씨를 ‘연약한 여직원’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특별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수뇌부를 기소한 후 검찰은 본격적으로 ‘감금’ 부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팀장이 상부 지시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했다는 이유로 쫓겨난 이후였다.
이정회 팀장(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새로 맞이한 특별수사팀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해 강기정·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 5명을 벌금 200~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당시 우원식 의원(현 민주당 원내대표)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심담)는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피해자 김씨가 감금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선고 직후 “(판결은) 잘못된 사실 인정과 법리 해석”이라며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