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아트테크’…905억 ‘폰지 사기’ 벌인 일당 14명 검거

황병서 기자I 2024.09.24 12:00:00

사기·유사수신 행위 규제 법 위반
1110명에게 받은 투자금 905억 가로채
미술품 실물 확인하지 않는 점 등 허점 노려
경찰 “실물 존재 및 가격 확인서 반드시 확인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아트테크(미술품+제태크)’를 가장해 투자자 1110명에게 자금 약 905억원을 속여 챙기며 ‘폰지 사기’를 벌인 모 갤러리 대표 등 일당 1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4일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유사수신 행위 규제법 위반 혐의로 모 갤러리 대표 A씨등 3명을 구속, 영업 매니저 등 1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현장 영상(자료=서울경찰청)
이들은 2019년 6월 3일부터 2023년 10월 19일까지 피해자 1110명에게 투자금 약 905억원을 속여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미술품에 투자하면 해당 미술품의 전시·렌탈·PPL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 원금과 월 1%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였다. 특경법상 사기죄는 최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유사 수신 행위 규제법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모 갤러리에서 미술품 전시, 렌탈, PPL 등을 통한 수익활동은 전혀 없었다. 모집한 피해액은 총책의 개인사업 대금과 피의자들의 수당 및 명품 소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됐다.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원금 및 저작권료는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충당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미술품이 구매와 동시에 갤러리에 위탁보관되는 형태였기 때문에 대다수 구매자가 미술품 실물을 인도받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렸다. 별다른 수익이 없는 작가에게 일정액을 지급한 후 이미지 파일 형태로 작품 촬영본을 대량으로 공급받았다. 투자자에게 이 촬영본을 보여주며 마치 갤러리에서 실제 보유하는 그림인 것처럼 속여 대금을 편취했다.

미술품 가치를 평가하는 단일한 기준이 없고 비전문가인 개인이 가격을 검증하기 어려운 점에 착안해 실제 시장 가치보다 부풀린 가격으로 판매했다. 특히 작가들에게 호당 가격 확인서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받도록 종용하거나 허위 가격확인서(INVOICE라는 문서)를 만드는 등 마치 고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속여 작품당 많게는 수억원의 대금을 지급받았다. 호당 가격 확인서란 한국미술협회에서 발급하는 작가별 미술품의 가치를 책정한 확인서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전국 경찰관서에 접수된 사건 91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갤러리·수장고·피의자 주거지 등 7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피의자 14명을 포함해 전속작가·갤러리 직원 등 관련자 30여 명을 조사했다. 피의자들 자택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명품 가방 등을 압수했다.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전체 122억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범죄 수익으로 취득한 다른 재산이 있는지 지속해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술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없이 투자목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면서 “미술품의 실물이 존재하는지와 가격 확인서 등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하고, 전문가의 감정 등을 거친 후 투자하는 것이 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압수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사진=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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