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다음달 1일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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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10월 1일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된다. 미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2020년 3월 유예를 결정한 이후 약 3년 반 만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미국인은 총 4380만명, 미상환액은 1인당 평균 3만 7000달러(약 4900만원)다. 매달 평균 200~300달러(약 26만 5000~39만 8000원)를 대출 상환에 부담해야 한다. WSJ은 “내년 미국인들의 주머니에서 최대 1000억달러(약 132조 6100억원)가 상환액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팬데믹 이전엔 전체 대출자 가운데 약 절반 만이 학자금 대출을 상환했다. 나머지 절반은 체납, 채무불이행 또는 학업 지속, 6개월 이내 졸업 등의 사유로 유예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엔 모든 대출자의 상환이 유예됐고, 이들이 소비를 늘린 덕분에 미 경제가 최근 몇 년 동안 탄력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문제는 상환 유예 기간 동안 대출자들의 다른 빚 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신용평가회사 트랜스유니온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미 소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팬데믹 기간 동안 신용카드 채무가 증가했고, 약 3분의 1은 신규 자동차 할부 구입 대출을, 15%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비자 저축은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마트, 타깃 등 주요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타깃의 마이클 피들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학자금 대출 상환은 수천만가구에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우리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판매전략 구상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로 가계당 가용 자산이 월평균 180달러(약 23만 9000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어떻게 하면 지출을 줄일 것인지 벌써부터 고민하는 미국인들도 적지 않다.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의 보건소에서 일하는 몰리 케이시는 “다음달부터 학자금 대출을 매달 200달러를 갚아나가야 한다”며 “여행이나 레스토랑·바 등에 썼던 돈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연간 18조달러에 달하는 미 소비지출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상환 유예로 소비에 지출된 금액은 미 전체 소비지출의 0.4%~0.6%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은행은 “강력한 임금 인상, 낮은 실업률로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가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