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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쯤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30대 남성 A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여성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결국 숨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으로, B씨에 대한 스토킹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으로 조사됐다. 이날로 예정됐던 1심 선고는 오는 29일로 미뤄졌다.
A씨는 스토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지만, 구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9일 첫 고소 이후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A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고소 이후 B씨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 역시 이뤄졌지만, 1개월간 특이 사항이 없었고 피해자가 추가적인 조치나 연장을 원하지 않아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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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토킹을 지속하다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36) 역시 살해 이전까지 스토킹을 이어왔다. 경찰은 김병찬이 당시 전 여자친구의 스토킹 신고 등에 앙심을 품고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판단해 보복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김병찬의 살인이 계획적으로 이뤄졌음을 인정, 징역 35년형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5년 명령을 내렸다. 이후 지난달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오는 2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일명 ‘세 모녀 살인 사건’의 김태현(25)의 살인 범죄 역시 ‘스토킹’에서 시작됐다. 김태현은 세 모녀 중 큰딸을 대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고, 연락되지 않자 집 앞에서 7시간을 기다리고,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자 공중전화로 통화를 시도하는 등의 행동을 이어갔다. 이후 그는 지난해 3월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서울 노원구의 피해자 자택을 찾았고,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와 피해자의 여동생, 어머니를 모두 살해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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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은 A씨의 범행을 계획에 의한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실제로 A씨 역시 자신의 집에서 범행에 사용할 흉기, 샤워캡 등을 미리 준비했고 역 화장실에서 피해자가 나타날 때까지 1시간여를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찰이 우선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보복성이 확인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살인’으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특가법상 보복범죄에 의한 살인은 형사사건 수사와 관련된 고소, 고발, 진술, 증언 등에 대해 보복을 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자에게 적용된다.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더 높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6) 사건에서도 혐의는 ‘일반 살인’이 아닌 ‘보복 살인’이 적용됐다. 당시 1심 재판에서 이석준은 자신의 범행이 경찰로부터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가 범행에 사용된 도구를 사전에 준비하고, 흥신소 등을 이용해 미리 주소를 확보하는 등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쌍방이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검찰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해둔 상태다. 지난달 23일 대검찰청 형사부는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와 더불어 피해자 보호조치 시행 등을 주문했다. 법무부 역시 지난 17일 전자발찌 부착 명령 대상 범죄에 ‘스토킹’을 추가하는 등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