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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쏘아 올린 서울 경복궁의 광화문 현판 한글화 논의가 다시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한글학회를 비롯한 한글문화단체들은 29일 서울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글로 바꿔 걸라”며 정부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을 겨냥해 이같이 밝혔다.
김주원 학글학회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경복궁은 단순한 옛 궁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상징”이라며 “국가유산청은 ‘원형보존 유지 보수’ 원칙에 따른 한자 고집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우리 문화와 한글을 후손에 건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밝힘글(성명)을 통해 “세종 임금은 ‘우리나라 말은 중국과 다르다’라는 자주정신으로 한글을 만들었다”면서 “한글이 창제된 장소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의 현판은 당연히 한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글에 대해선 우리 겨레의 자랑이자,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유행하고 있는 한류가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과 한글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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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자 현판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며 “여러 번 불타 다시 세워진 원형 불명의 복제 한자 현판을 떼어내고 미래의 나라 발전과 자주 문화를 상징하는 한글 현판으로 바꿔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다만 이들 단체는 “국가유산의 모든 한자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상징성이 있는 광화문 현판만 바꾸자는 것”이라면서 “광화문 현판의 한글화는 단순한 현판 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리고 미래지향적으로 우리 문화를 세계에 펼치는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국가유산청을 향해선 ‘원형을 보존’한다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일갈했다. 학회 측은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문화재청이 고수하던 ‘원형 보존’(복원)이라는 과거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국가유산을 현대사회에서 활용하는 미래지향적 정책에 방점을 두겠다고 한 만큼, 문체부 장관의 뜻을 받아 한자 현판 ‘門化光(광화문)’을 한글 ‘광화문’으로 바꾸는 논의를 당장 시작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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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인촌 장관은 지난해 10월 바꿔 단 지금의 한자 현판을 다시 한글 현판으로 교체하는 논의를 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현판 교체 7개월 만이다. 유 장관은 14일 ‘세종 이도 탄신 하례연’ 기념사에서 “(현판이) 당연히 한글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논의에) 불을 지펴 보겠다”고 했다. 이어 23일 문체부 정책 브리핑에선 “세종대왕 동상이 (경복궁) 앞에 있는데 그 뒤에 한자로 쓰인 현판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한글날을 기점으로 뭔가 해보겠다”고도 했다. 국가유산청과 충분히 협의하는 것은 물론, 국민적 논의가 이뤄진다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게 유 장관의 생각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12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원형 복원’ 원칙에 따라 한자 현판이 결정된 만큼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한글 현판 교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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