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26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연설에서 일본은행이 지난 20일 장기금리(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폭을 기존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확대한 것과 관련해 “기업금융에 이르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해 금융완화를 지속적이고 원활하게 진행해 나가기 위한 대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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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총재의 이날 발언은 지난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발언과 같다. 당시 구로다 총리는 “출구전략을 향한 첫 걸음이 아니다”라며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금리인상)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금융완화를 유지함으로써 경제를 제대로 지원하고 기업이 임금 인상을 하기 쉽도록 (경영)환경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기업들이 제품 가격 또는 임금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선 “오랜 기간 유지된 저인플레이션 및 저성장 흐름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중요한 기로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은행의 장기금리 변동폭 확대는 시장에선 사실상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로다 총리가 퇴임하는 4월 이후에나 통화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란 시장 예상을 크게 앞당긴 것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압박에 못이겨 일본은행이 굴복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고물가 등 엔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논란과 맞물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을 끌어내렸고, 기시다 총리 측근들 사이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며 지난달 10일 기시다 총리와 구로다 총재가 회담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시장에선 이미 일본은행의 출구전략이 시작됐다는 분위기지만, 구로다 총재가 긴축이 아니라고 거듭 선을 그은 만큼 퇴임까진 현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구로다 총재의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상당 기간 고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예고한 데다,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지속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8일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