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스트요크셔주 리즈의 한 대학교. 학생들로 가득 찬 학교 카페테리아 시식코너에 A와 B, 총 두 가지의 종류의 치즈가 놓였다. A는 지방 함량이 높은 일반 치즈였고, B는 식물성 단백질과 물을 이용해 개발한 특수 물질 기반의 치즈로, 지방 함량이 기존 대비 50% 낮았다.
두 가지 치즈를 모두 시식한 사람들의 입에서는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오히려 B가 A보다 크리미하고 기름지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는 의견도 속속 나왔다. 동물성 기름을 물로 대체하면서 칼로리와 지방 함량을 줄였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에 교내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기술을 상업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로부터 불과 수개월 후인 최근, 이 회사는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수십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한다. 영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이크로럽’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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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럽은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실에서 스핀오프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식물성 단백질과 물을 활용한 ‘단백질계 지방대체물질’을 개발했다. 해당 물질은 씹을 때 특유의 액체를 방출해 기름지고 크리미한 맛을 낸다. 회사는 식품의 지방을 대체할 수 있는 해당 물질을 통해 식품의 칼로리는 최대 75%까지 줄이되, 지방이 주는 질감과 윤기는 살린 식품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투자사들은 동물성 단백질에 이어 지방까지 대체할 수 있는 회사의 기술력과 비전을 높이 평가했다. 그간 자본시장에선 대체 지방보다는 대체 단백질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해왔다.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만든 고기나 배양육 등 대체 단백질의 경우 가축사육을 하지 않는 만큼, 기존 육식 대비 윤리적이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체 지방의 경우, 일각에선 ‘동물성 기름 대신 식물성 기름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해왔으나, 식감 측면에서 동물성을 따라잡지 못하는데다, 삼림 벌채로 숲을 구성하는 나무와 주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마이크로럽은 단백질과 지방을 모두 타겟팅했다는 점 외에도 식감과 맛을 잡았다는 점에서도 푸드테크 산업의 가려운 점을 제대로 긁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대체식품 산업 경쟁사들은 그간 단백질과 폴리사카라이드(다당류)를 결합한 대체식품을 선보여왔으나, 지방의 기름진 맛과 식감을 잡지는 못해왔다. 마이크로럽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범위 제한없이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과 폴리사카라이드를 선택해 맛과 식감을 극대화한 식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마이크로럽은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식료품 대기업과 협력해 다양한 지방대체 식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은 지용성 비타민 흡수를 돕고, 에너지를 제공하는 필수 영양소인 만큼, 지방 함량을 전부 제거한 식품은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개발된 물질을 기반으로 질감과 맛을 모두 잡는 건강한 식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