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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닐 만한 회사 없어요"…'장기 백수',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강신우 기자I 2024.10.01 17:26:45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백수’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11만3000명
중도퇴직 이유는 '시간·보수 불만족'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실업자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고 청년층이 주도했다.

(사진=연합뉴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은 11만3000명으로 20.0%를 차지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장기실업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증가세를 이어가며 10만명을 웃돌았다. 이후 감소세로 전환해 대체로 10만명을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 8월까지 6개월째 증가했다.

장기 실업자의 증가는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의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직장에 다닌 지 1년이 넘지 않은 장기 실업자 중 이전에 직장을 그만둔 사유가 ‘시간·보수 등의 작업여건 불만족’인 비율이 24.7%였다.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26.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이는 ‘쉬었음’ 증가와도 맥이 닿는 부분이다. ‘쉬었음’에는 취업 의사가 없는 사람, 취업 의사가 있어도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직장을 찾지 않는 사람 등이 포함된다.

지난 8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은 작년 같은 달보다 24만5000명(10.6%) 늘어난 256만7000명이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가장 많다.

실업률은 처음 1%대로 떨어졌으나 고용의 질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직장에 다닌 지 1년이 넘지 않은 장기 실업자의 이전 직장을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업(18.9%), 제조업(15.9%),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3.7%) 등의 순으로 많았다.

도소매업은 온라인 가속화·무인화 등의 구조적 변화로 취업자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산업이다. 제조업은 수출 호조에도 고용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가 호조의 중심이 되면서, 최근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

이전 직장을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44.8%), 임시근로자(36.3%), 일용근로자(13.3%) 등의 순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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