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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 앞서 피고인 A씨는 2009년 6월 1일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B씨가 거주하는 주택과 업무를 보는 사무실 등에 출입하거나 피해자로부터 100m 이내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접근금지가처분을 받았다. 이후 2010년 3월 22일 법원은 A씨가 B씨의 주택, 사무실에 출입하거나 100m 이내 접근 등 B씨의 평온한 생활과 업무를 방해할 때마다 1회에 1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는 간접강제결정을 받았다.
피고인 A씨의 전 배우자의 동생인 피해자 B씨는 변호사로, B씨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사무실은 법률상담 고객이 관리자의 승낙 아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피고인 A씨는 2021년 9월 7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B씨 근무 사무실에 찾아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상담실에서 대기했다. B씨는 직원의 보고를 받고 A씨를 돌려보내라고 지시했고 A씨는 직원과의 실랑이 끝에 사무실에서 나갔다.
두달 뒤인 11월1일 A씨는 또 B씨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때는 안내 직원을 거치지 않고 B씨 근무 공간으로 들어갔고 대화를 요청했지만 B씨가 나갈 것을 요구하자 화가 나 주먹으로 B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는 등 전치 3주의 안면부 타박상을 입혔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딸의 치료 및 장래 진로를 상의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고 대화를 거부하기에 때린 것이므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피해자의 사무실에 출입하고, 나아가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는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며 건조물침입죄와 상해죄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다. A씨 측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별개의 사건에 관한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을 고려해 건조물침입죄를 유죄로 인정했는데, 이 가처분은 B씨가 A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신청한 것이므로 A의 행위는 건조물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심은 이같은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에 관리자(직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후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2심도 2021년 9월 1차 방문 당시 B씨가 면담 거절 의사를 밝혔고 11월 2차 방문 때는 안내 직원을 거치지 않은 채 B씨 근무 공간에 들어간 만큼 2차 방문은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깨뜨리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9월 1차 방문의 건조물침입죄만 무죄로 본 것이다. 이에 전부 유죄였던 1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 A씨의 2021년 9월 1차 방문 자체가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서 정한 부작위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반해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로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며 “원심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2021년 9월 A씨의 1차 방문을 건조물침입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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