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가치, 8개월만에 최저…“다카이치 돈풀기 예고 영향"

방성훈 기자I 2025.10.10 10:16:01

자민당 총재 선거후 엔화 매도 가속…4% 급락
153엔대 초반서 거래…간밤 한때 중반까지 뛰어
BOJ 금리인상 제동 전망 확산…추가 약세 예측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153엔대까지 떨어졌다.(달러·엔 환율은 상승)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가 아베노믹스를 계승, 금융완화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한 영향이다.

(사진=AFP)


1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간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3엔대 중반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도쿄외환시장에서도 장중 한때 153.22까지 뛰었다. 이날은 오전 10시 6분 현재 달러당 152.90~152.91엔을 기록 중이다.

엔화 가치는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 급락했다. 선거 전날인 지난 3일과 비교해 약 4% 떨어졌다.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총재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금리인하론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총재 선거 당시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 바보같은 짓”이라며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사나에노믹스’를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선거에서도 감세와 현금 지급 등 대규모 ‘돈풀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기존의 시장 전망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선거 승리 후 “지나친 엔저를 유도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2013년 정부와 BOJ가 체결한 ‘공동 성명’, 즉 아베노믹스 계승과 관련해서도 “즉각적인 재검토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엔화 약세 흐름을 시험하는 모습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단기적으론 약세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UBS는 “이번 주는 작년 9월 이후 엔화에 가장 취약한 한 주가 될 것”이라며 “투기적 매수 포지션이 정리될 경우 일시적으로 155엔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ING의 글로벌 시장 총괄 크리스 터너도 “BOJ가 금리인상을 내년 이후로 미룬다면 엔화에 대한 하방 압력은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차기 일본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자민당과 공명당이 연립정부를 지속할 것인지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새 내각에서의 재무상 인선 또한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시장 개입이 이뤄졌던 만큼, 재무상의 성향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정치적 요인 외에도 개인 투자자의 외화 자산 운용 확대와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지속되며 엔화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환율이 155엔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경우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편 엔화는 주요7개국(G7)을 포함한 주요 통화 중에서도 달러화 대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총리의 잇단 사임 등 정치 불안으로 유로화가 약 1.6%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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