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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비서 상습 성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4)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 재판부가 변경됐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 재판부가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에서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로 바뀌었다. 충남 논산 출신인 권 대법관이 안 전 지사와 지인 관계를 이유로 지난달 29일 재배당을 요청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권 대법관과 안 전 지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인 관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 전 지사가 충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정치인인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권 대법관이 2006년~2007년 대전지법·대전고법에서 근무하며 충남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낼 당시 충남지사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였다.
권 대법관은 지난해 4월 제자들을 성희롱한 대학교수의 징계(해임) 처분 취소 사건 주심을 맡았는데,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 마련해 이목을 끌었다.
당시 권 대법관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법원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성폭력 관련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됐고,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도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새로 주심을 맡은 김상환 대법관 역시 성폭력 사건 관련, 엄격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관은 지난해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경청하고 2차 피해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4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5차례에 걸쳐 김씨를 강제추행하고 업무상 위력으로 1차례 추행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고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었다”며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