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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3일 법원행정처장직 사의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지 임기 약 1년 만이다. 재판은 하지 않고 법원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요직인 법원행정처장은 정해진 임기는 없지만 통상 2년 가량 근무해 안 처장의 사의 표명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이나 외부의 사의 권유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아울러 김 대법원장이 쇄신 차원에서 사의를 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 처장 후임자로는 조재연 대법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르면 4일 안 처장 사의 수락 여부와 후임자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 사의 공식 표명...“지쳤다”
안 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출근길에 취재진들과 만나 “법관은 재판할 때가 가장 평온하고 기쁘다. 재판부 복귀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며 사의 의사를 공식화 했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안 처장이 최근 김 대법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곳으로 법원행정처장은 이곳을 이끌며 법원의 인사·예산을 총괄한다. 법원행정처장의 임기는 정해진 게 없지만 통상 2년 정도를 해왔다. 안 처장은 지난해 2월 1일부터 이 자리를 맡아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지난 1년간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평상시의 2년보다 휠씬 길다고 생각했다”며 “(대법원장 수락 여부는) 조만간에 발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안 처장에 이어 대법원에 나타낸 김 대법원장은 안 처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안 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여부 등을 둘러싼 김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은 일축했다. 그는 “큰 방향에서 대법원장 입장과 다를 바 없다”며 “대법원장은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마음이 열린 분이다. 저와 세부적인 의견 차이로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안 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 자체 진상조사단이었던 특별조사단 단장으로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형사 처벌할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 사의 권유 없어...건강이상설도
안 처장은 외부 사의 권유에 대해서는 “그런 거 아니다.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김 대법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하지만)이제는 해도 바뀌어서 새로운 구상에 따라 업무를 쇄신할 필요도 있어 이번에는 (김 대법원장이 사의를) 받아들일 걸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안 처장의 ‘건상 이상설’을 사의 배경으로 제기한다. 법원 한 관계자는 “안 처장이 지난해 국정감사 전후로 건강상의 문제로 입원한 적이 있다”며 “그는 만성 심장질환을 겪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사의를 표명한 시점에 대해서는 특정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재판하는 것을 좋아해 (법원행정처장을) 맡을 때부터 이것을 안 맡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김 대법원장에게) 드렸다”며 “그래서 언제든지 그런 것은 여러차례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을 향해 “(올해는) 대법원장이 횟수로 취임한 지 3년째가 되는 해다. 우리 사법부가 그동안 여러가지 부족한 점도 많고 개선할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원장이 그런 사법부를 이끌어가는 데 많은 관심과 성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법원은 이르면 4~5일 사이 안 처장의 사의 표명 처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조재연 대법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관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덕수상고와 성균관대 야간부 법학과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물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오늘은 아니지만 조만간 발표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