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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초연하는 ‘진주조개잡이’는 부임 후 첫 작품이자 국립오페라단이 시즌제 시스템으로 가는 개막작이다. 의미가 남다르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53)이 국립오페라단 수장에 오른 지 3개월여만의 첫 공식석상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감독은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 공용연습실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자체제작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순히 취임 첫 작품이라기보다 국립오페라단이 시즌제를 도입한 후 공연하는 첫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 ‘진주조개잡이’는 내가 부임 전에 기획하고 만들어왔다. 나는 숟가락 하나만 얹었을 뿐”이라며 소감을 대신했다.
국립오페라단의 ‘2015∼2016 시즌제’ 오프닝으로 올릴 ‘진주조개잡이’는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중 ‘카르멘’에 이어 두 번째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오는 15일부터 나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1863년 9월 30일 파리 ‘테아트르 리리크’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은 프랑스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오페라로 꼽힌다. 고대 실론(스리랑카) 섬을 배경으로 무녀 레일라와 진주조개를 잡는 두 어부인 나디르와 주르가의 삼각관계가 큰 틀이다. 아리아 ‘귀에 익은 그대 음성’ 등이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선 주세페 핀치가 지휘를, 장 루이 그린다가 연출을 맡았다. 멕시코 출신 테너 헤수스 레온과 김건우가 나디르를, 바리톤 공병우와 제상철이 주르가를 연기한다. 레일라 역에는 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와 홍주영이 나선다.
김 감독은 국립오페라단의 운영과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 자리는 ‘진주조개잡이’를 소개하는 시간”이라며 “오랜 기간 감독 부재 상태에서 성악가·지휘자·연출자·스태프·후원인 등 각자가 노력해왔으나 덜 믿고 덜 협력해 상생효과가 적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포용하는 오페라단이 우선이다.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모든 국민이 소외되지 않는 국민의 오페라단이 되고자 한다”며 “국립에 걸맞게 국제적인 오페라단이 되기 위해 공동제작, 페스티벌 초청 등 다양한 형태로 협업하는 오페라단을 끌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임 후 첫 정책으로 발표한 오디션제 도입 및 자신을 둘러싼 경험·자질 논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는 “나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인데 담배 피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뛰어왔다”면서 “좀더 지켜봐 달라. 나중에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김 독은 자격 논란 끝에 취임 53일만에 물러난 한예진 전 감독 후임으로 지난 7월 3일 임명됐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김 감독은 미국 텍사스오스틴주립대에서 세계적인 연출가 로버트 데 시모네와 폴러 호머를 사사해 국내 유일 오페라연출 실기박사학위를 받고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했다. 음악과 드라마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로 감각적이면서도 지적인 해석의 연출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진주조개잡이’에 이어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라트라비아타’ ‘루살카’ ‘오르페오’ 등으로 시즌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