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나플라와 K리그 축구선수 A씨에게도 뇌전증 행세를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구씨는 이날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구씨의 변호인은 “(추가 공소사실에 대해) 일부 부인하는 취지”라며 “공소장을 늦게 받았고 양도 방대해서 추후 증거를 검토한 뒤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21년 2월부터 나플라가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되자 구씨는 소속사 대표의 부탁을 받고 사회복무 소집해제를 받게 하겠단 계약을 체결했다. 구씨는 나플라에게 자살 충동을 느끼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거짓 행세하도록 지시하고, 서초구청에 단 한 번도 출석한 적 없음에도 출근기록과 근무현황 등 출석부를 조작해 ‘복무부적합’으로 소집해제 절차를 밟도록 했다.
다만 예상대로 소집해제가 진행되지 않자 구씨와 나플라는 지난해 4월 이미 4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병역을 완전히 회피하기 위해 신체검사에서 거짓 행세를 하기로 공모했다. 나플라가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근거로 5급을 받는 것이 목적이었다. 구씨는 지난해 8월부터 또다시 나플라의 출근부를 조작해 ‘복무부적합’ 소집해제 절차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축구선수 A씨에겐 계약금 5000만원을 지급받고 뇌전증 관련 증상을 허위로 호소해 병역을 기피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구씨는 지난 1월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뇌전증 환자에 대한 모호한 병역 판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씨의 변호인은 “단순히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뇌전증에 대한 객관적인 병역 판정 기준을 재정립해 제도적으로 병역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뇌전증 판정 기준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병역면탈자들이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뇌전증 진단 수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했다. 구씨의 변호인은 “상당수 면탈자들이 구씨에게 연락해 이전에 뇌전증을 겪은 것처럼 거짓말하며 면탈 방법을 알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일체 자백했다”고 했다.
허위 뇌전증(간질) 병역면탈을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종합수사결과 병역브로커(2명), 병역면탈자(109명), 공무원(5명) 및 공범(21명) 등 총 137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병역브로커 2명,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병역면탈자 2명, 나플라와 그의 범행에 가담한 공무원 2명 등 총 7명은 구속 기소했다. 병역면탈자 중엔 래퍼 라비·나플라, 배우 송덕호 등 연예인을 포함해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선수 조재성과 K리그 축구 선수 등 프로(실업) 운동선수, 의사 등 전문직과 그의 자녀들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