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소변에서 혈뇨가? 다른 증상 없나 확인해 봐야

이순용 기자I 2021.11.10 15:10:23

단백뇨 등 동반되지 않으면 대부분 자연 소실 ... 일부에서는 만성신부전 진행하기도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있는 A씨는 최근 아이 학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고 걱정이 한가득이다. 요잠혈 양성으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있어 혹시 영향이 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정밀검사 결과 다행히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아 한시름 놓았지만 또 한 번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최근 학교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소변검사에서 혈뇨나 단백뇨의 이상소견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소아에서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는 단백뇨보다 흔하게 발현되지만 다른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예후가 좋아 대부분 치료 없이 자연 소실된다. 그러나 일부분에서는 사구체 신염 등의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고, 질환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가 지속된다면 적절한 검사와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은애 교수의 도움말로 소아 혈뇨의 원인과 종류에 대해 알아본다.

◇ 혈뇨 원인 다양…외상· 발열· 운동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주로 학교 건강검진에서 시행되는 소변스틱검사는 간단한 소변검사로, 적혈구의 구성 성분인 헤모글로빈이 존재하면 ‘요잠혈’ 양성 반응을 보이게 되고 잠혈이 있다고 판정하게 된다. 그러나 ‘혈뇨’란 정확히 말하자면 소변에 헤모글로빈이 아닌 적혈구가 나오는 경우를 말하며, 현미경을 통한 요침사 검사에서 고배율 현미경 시야(high power field)당 적혈구가 4~5개 이상 발견될 때 혈뇨가 있다고 판정한다.

혈뇨는 육안적으로 소변의 색깔이 콜라색 또는 선홍색으로 변하는 ‘육안적 혈뇨’가 있고, 육안적으로는 소변 색깔이 정상이지만 소변검사에서 적혈구가 확인되는 ‘현미경적 혈뇨’가 있다. 물론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혈뇨는 증상 없이 현미경적으로 발견되는 혈뇨이기 때문에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라 할 수 있다.

혈뇨는 신장 같은 상부 요로에서 나오는 사구체성 혈뇨와 요도나 방광 같은 하부 요로에서 나오는 비사구체성 혈뇨로 분류된다. 신장에서 나오는 혈뇨는 △양성 가족성 혈뇨 △IgA신병증 △알포트 증후군 △루프스 신염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양성 가족성 혈뇨는 주로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를 보이며 부모, 형제 등 가족에서도 같은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후가 좋으나 신장조직검사를 통해서 확진이 가능하다.

IgA신병증은 육안적 혈뇨가 나타날 수 있는데, 감기 걸린 직후 육안적 혈뇨가 잘 발생한다. IgA란 면역글로블린이 신장 사구체에 침착돼 사구체신염을 일으키며 일부에서는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해 투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IgA신병증이 의심되면 신장조직검사를 통해 확진 후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알포트 증후군은 난청 등 다른 질환이 동반돼 있고, 유전성 질환이므로 가족 중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사구체 기저막의 이상으로 혈뇨 또는 단백뇨가 나타나며 남자의 경우 예후가 나빠 20~30대에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된다. 루프스 신염 등 기타 신염은 증상, 혈액검사 및 신장 조직검사 등을 통해 확진한다.

소아에서 하부요로에서 나오는 혈뇨는 하부요로 감염이나 소변으로의 칼슘의 배출이 많을 때, 요로결석, 넛크래커 증후군(Nutcracker syndrome) 등의 원인이 가능하며 성인에서는 요로 종양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건강한 소아에서도 외상, 발열, 운동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저절로 호전된다.

◇ 육안적 혈뇨 있다면 빠른 진단· 검사 필요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는 응급을 요하는 상태는 아니나 재검한 소변검사에서도 혈뇨가 지속된다면 소변배양검사, 혈액검사 및 신장 초음파 검사 등의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해 감염 유무, 신기능, 신장의 영상학적 이상 등을 평가해야 한다.

또한 혈뇨의 지속 및 악화, 단백뇨 또는 육안적 혈뇨 동반, 신기능 저하 등 사구체 신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확진검사로 신장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필요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육안적 혈뇨가 있다면 혈뇨가 섞인 소변의 색깔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변이 콜라색 또는 와인색이면 신장에서 나오는 혈뇨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진단 및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진료와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육안적 혈뇨가 선홍색일 때는 방광염 등 하부 요로 쪽에서 발생하는 혈뇨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력 청취, 진찰 및 소변배양 검사를 실시하고 항생제 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단백뇨 및 혈뇨는 모두 아침 첫 소변으로 검사하는 것을 권장하며 생리기간 전후에는 현미경적 혈뇨로 검사 결과가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소변검사를 피하는 것이 좋다. 칼슘제를 복용하고 있는 동안에도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배출되면서 현미경적 혈뇨가 나올 수 있으므로 혈뇨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중단하고 재검을 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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