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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과 관련 손혁 계명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28일 “IFRS는 도입 유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적용 수행하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삼바 사건은 2011년 국제 회계기준 도입 이후 일어난 STX(011810), 대우조선해양(042660), 대우건설(047040), 모뉴엘 등 대형 분식회계사건들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분식은 대다수가 회계기준을 벗어난 의도적 악용이 존재했고, 고의성을 스스로 입증할 만한 사안이었던데 반해 삼성바이오는 IFRS 모호함과 경영자에 부여된 재량권을 최대한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수많은 선행연구를 요약하면 기업과 경영자는 자신의 유인에 의해 IFRS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바이오산업의 연구비 및 개발비 분류, 자본화 여부도 IFRS 재량권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경영자가 의도를 갖지 않고 과정을 공개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했다면 금감원이나 증선위의 조치는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2012년 바이오젠 콜옵션을 공시했다면 실질지배력에 대한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이를 공시하지 않고 삼성물산(028260) 합병과 자본잠식에 대한 맞춤형 회계처리를 수행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칙중심 회계는 기업의 실질을 보여주고,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엄청난 재량권을 준 것”이라며 “기업이 공격적으로 회계처리하도록 경영자에게 권한을 부여한 것 아니다.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면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현재 스위스국제개발경영연구원(IMD)에서 평가한 회계투명성 분야에서 2016년 61개국 중 61위, 2017년 63개국 중 63위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0년 중하위권에서 2011년 IFRS 도입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IMD 조사는 설문조사로 경영자, 감사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며 “회계투명성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삼성바이오 사건과 맥락을 같이 한다. 경영자가 재량적 회계선택을 통해 빠져나갈 구멍을 제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중심 회계가 기업이 실질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회계처리에 대해 충분한 근거와 공시를 한다면 설령 회계기준이 없더라도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원칙중심 회계는 급변하는 자본시장과 다양한 거래에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삼바 사건에서 보여준 내부문건처럼 자본잠식을 막기위해, 상장을 위해,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했다면 그 의도는 IFRS에서 부여한 경영자 재량권을 넘어선 부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삼바 분식 판정은 원칙중심 개념을 넘어서는 재량권 남용을 분별한 첫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는 삼성바이오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기업이 재무제표 작성 능력을 배양하고, 두번째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부감사인이 경영진이 아닌 내부 감시기구와 논의해 감사의견을 독립적으로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은 한국 기업 특성상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고, 외부감사인 선임조차 지배주주 입김이 들어간다”며 “보수환수제도 등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회계 환경과 제도상 정부, 구성원 인식이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IFRS는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제도적 정비와 의식의 변화와 함께 감사인 책임을 강화하고 정교한 규제를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감춰진 의도를 찾기 위해 규제당국에 계좌추적권이나 수사권 부여를 검토하고, 규제당국이 포괄주의 IFRS에서 네거티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