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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엔 이사회가 지배주주 입장에서 인수 제안을 방어하는 관행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 관점에서 이를 판단해야 한다. 저PBR 기업이 높은 가격의 인수 제안을 받을 경우 인수 제안 내용과 매수 가격의 공정성 검토 결과, 이사회의 입장까지 일반주주에게 공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저평가를 장기간 방치한 기업일수록 자연스럽게 M&A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PBR 기업에 대한 이른바 ‘네이밍 앤 셰이밍(naming & shaming)’ 제도도 도입된다. 동일 업종 내에서 두 반기 연속 PBR 하위 20%에 해당하는 기업은 한국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명단이 공개되고 종목명에 저PBR 태그가 부착된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 일정 기간 태그 표시가 면제된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조치가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맞물릴 경우 저평가 기업을 향한 주주행동주의 압박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그동안 기업가치를 왜곡해 온 회계 처리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짚었다. 현재 상장사 약 95%는 보유 자산을 시가가 아닌 원가법으로 반영해 실제 가치보다 낮은 장부가치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방안은 우선 토지부터 공시지가 기준 장부가치와 공정가치 차이를 재무제표 주석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대상 자산군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사례로 하림지주(003380)의 양재동 부지와 CJ(001040)의 올리브영 가치를 언급했다. 하림지주가 보유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부지는 장부가액이 4955억원 수준이지만 예상 평가액은 1조 6000억원 이상으로 제시됐고, CJ의 경우 올리브영 가치가 연결 자본에 550억원 수준으로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숨겨진 자산가치가 공시를 통해 드러날 경우, 저PBR 상태에 놓인 지주사들의 재평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계열사 간 합병과 주식교환 제도 손질도 눈에 띈다. 과거에는 상장사 합병가액을 주가 중심으로 산정해 대주주가 주가가 낮은 시점을 활용해 유리한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주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함께 반영한 공정가액 기준과 외부 평가가 의무화된다.
보고서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082640) 잔여지분 인수가 이 제도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경영권을 주당 1만 562원에 인수했는데, 최근 주가가 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과거처럼 단순 시가 기준으로 잔여 지분을 흡수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중복상장 규제 강화 역시 시장 구조 변화의 핵심으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로 미국 0.4%, 일본 4.4%보다 현저히 높다. 이번 방안은 상장심사 단계에서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일반주주의 동의를 전제로 하도록 했다.
해외 상장 역시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충실의무를 통해 사실상 견제 장치가 마련된다. 이는 알짜 자회사를 따로 떼어 상장시켜 모회사 일반주주가치를 희석시켜 온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연구원은 결국 이번 제도 개편이 대주주가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을 줄이고, 저PBR 낙인을 방치할수록 오히려 경영권 부담이 커지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산 재평가 공시와 주주환원 확대 압박까지 더해질 경우, 만성 저PBR 상태에 머물렀던 우량 기업들의 중장기적 리레이팅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중소형 지주사와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가 심한 기업군이 이번 제도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 또는 압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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