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보조금 끊겼지만 환영"… K푸드 수출, 사람 대신 제품에 돈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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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03.11 07:30:03

과거 인건비 지원은 그림의 떡… 통관·패키징 지원이 진짜 마중물
전문가 "기존 인력 지원은 덩치 큰 기업 혜택… 룰 변경 바람직"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해외 바이어들에게 샘플을 보낼 일이 많은데, 통관이나 운송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번 제품·통관 지원은 아주 유용합니다. 다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사람 한 명 채용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보니, 인건비 지원이 빠진 건 솔직히 못내 아쉬운 게 현장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중소 식품업체 H대표)

정부의 농식품 수출 지원 패러다임이 인력에서 제품으로 확 바뀌면서 식품업계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기존에 기업들의 고정비 방어 역할을 하던 ‘수출 인력 보조금’이 전면 폐지되고, 그 빈자리를 ‘현지화(제품 개선)’와 ‘비관세 장벽(통관) 돌파’가 채웠다. 일각에선 당장의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지만, 자생력 없는 보조금 사냥꾼을 솎아내고 영세한 중소기업에도 공평한 기회를 주는 긍정적인 체질 개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부의 농식품 수출 지원 패러다임이 인력에서 제품으로 바꼈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 등이 수출을 대기하고 있는 모습.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고한 ‘2026년 수출전략형 제품 인큐베이팅 사업’의 핵심은 철저한 결과물 중심의 지원이다. 가장 큰 변화는 수출인력 보조 항목의 전면 제외다. 또한 2년 연속 지원 사업에 참여한 업체의 국고 보조율은 기존 80%에서 60%로 삭감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중소 식품업체들의 수출 활로를 더욱 넓혀줄 것으로 진단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의 인력 지원은 이미 어느 정도 인력을 갖춘 기업들만 선정될 수 있는 구조여서, 정작 인력이 없는 작은 회사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수출 현지에 맞게 제품이 변형돼야 진짜 진출이 가능한데, 과거처럼 인력만 지원해서는 나중에 실제 결과물이 나올지 장담할 수 없었다”며 “정부가 지원 방향을 제품으로 바꾼 것은 실제 실적을 내겠다는 의미이며 아주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품 중심의 지원을 통해 규모가 작은 회사들도 실질적인 수출 기회를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건비 보조가 사라진 자리에 신설된 ‘샘플운송 통관비 지원’과 ‘전략품목 개선(최대 1000만원)’ 항목은 앓던 이를 빼주는 핵심 처방이다. 최근 K푸드 수출의 가장 큰 암초는 유럽의 까다로운 식품 첨가물 기준, 동남아 진출을 위한 할랄(Halal) 인증 획득, 현지어 라벨링 부착 등 고비용이 발생하는 ‘비관세 장벽’이다. 인력이나 규모가 부족한 작은 회사들도 이번 지원 사업을 통해 수출 규격에 맞게 제품을 세팅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무기를 얻게 된 셈이다.

aT 측 역시 이번 개편이 예산 효율화와 선택과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aT 관계자는 “인건비 관련 예산이 빠진 대신 그 비용만큼 제품 개발이나 샘플 통관·운송비, 해외 판촉 등에 더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처음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장 부담이 큰 통관 운송비 등을 실질적으로 보전받을 수 있어 사업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결국 ‘제품 경쟁력’이 살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한 중소 식품업체 대표는 “과거 전시회나 출장 비용 지원을 넘어, 이제는 해외 소비자들이 찾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R&D(연구개발)와 취약한 브랜딩을 세밀하게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화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지원 항목 변경과 더불어 관리·감독의 고삐도 바짝 죄었다. 기존 연 1회 진행되던 사업관리 중간점검은 올해부터 연 3회(5월, 7~8월, 10월)로 대폭 늘어난다. 단순 참가에 의의를 두거나 지원금만 소진하고 마는 관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또 다른 중소 식품업계 관계자는 “검증이 촘촘해지면서 기업들의 피로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K푸드 수출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이제 K푸드 후광만 믿고 덤비는 시대는 끝났다. 뼈를 깎는 제품 혁신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갖춘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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