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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장기금리 이틀째 0.5% 상회…“BOJ 추가 긴축 기대감 반영”
1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채권 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0.510%를 기록했다. 지난 13일에 이어 이틀 연속 일본은행의 장기금리 상한(0.5%)을 웃돈 것이다.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닛케이는 “해외 투자자 등 공매도 세력과 일본은행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물 금리는 앞서 지난 13일에도 장중 한때 0.545%까지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이에 일본은행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에 따라 13일 하루에만 5조 83억엔(약 48조 4100억원)어치의 국채를 사들였다. 하루 매입액 기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최고액을 경신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10조엔(약 96조 5000억원) 규모의 채권 매입을 단행했다.
일본은행은 이날도 공개시장조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번달 매입액이 월간 기준 최대였던 작년 12월(17조 266억엔·약 164조 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닛케이는 예상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0.5%를 넘어선 것은 2015년 6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 일본은행이 지난달 20일 장기금리 목표 변동폭을 기존 ‘0%에서 ± 0.25% 정도’에서 ‘0%에서 ± 0.5% 정도’로 확대한 이후로도 처음이다.
시장에서 일본 장기금리의 적정 수준이 0.5%보다 높다고 보고 있는 만큼, 장기금리 상한을 한 번 더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기사키 고이치 모건스탠리 MUFG증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5%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조건에서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58%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채권 매입 부담을 덜기 위해, 즉 시장 압박에 굴복해 장기금리 한도를 한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은행의 YCC 정책이 최근 몇 주 동안 더 많은 변동성을 발생시켰고 추가적인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어려운 결정에 내몰리고 있다”고 평했다.
◇금리상승에도 ‘동결’ 전망 우세…연준 긴축완화 기대 등 영향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장기금리 상승에도 일본은행이 또 한 번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가 제한되며 151엔대로 급등했던 달러·엔 환율이 127엔대로 떨어졌고, 수입물가가 촉발한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아울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다양한 연설 등을 통해 시장왜곡(장단기 금리역전) 해소를 위해 장기금리 변동폭 상한을 높인 것일 뿐, 긴축 경로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아다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전망에는 아직까지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 임금인상이 가속화 한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 한 긴축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고 예측했다. 노무라증권의 마츠자와 나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잘못된 정책 전망에 기반한 투기 베팅으로 인해 시장이 왜곡돼 있다”며 정책 변경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한편 일각에선 구로다 총재가 오는 4월 퇴임하기 전에 일본은행이 YCC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야마구치 타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일본은행이 만든 YCC 프레임워크는 이 시스템을 신뢰하는 투자자들과 중앙은행과의 게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YCC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총재가 4월부터 더 자유롭게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이전 총재가 중대사를 매듭짓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