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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9% 폭락…‘美소비 최후의 보루’마저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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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8.21 07: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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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동일점포 매출 2.6%↑…6년來 최저
시장 예상 밑돌아…오프라인 매출도 감소
고유가에 지출 선택…“트레이드다운 약화”
온라인 24%↑…연간 실적 전망은 상향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주가가 하루 만에 9% 넘게 폭락했다. 전체 매출이 증가하고 연간 실적 전망까지 상향했지만 미국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이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충격을 줬다. 고유가와 생활비 부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미국 소비가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사진=AFP)
(사진=AFP)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월마트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2% 하락한 103.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5월 이후 4년여 만의 최대 일일 낙폭이다. 장중에는 10%까지 밀리며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루 동안 시가총액 800억달러(약 111조6000억원) 이상이 사라졌다.

美동일점포 매출 2.6%↑…6년여 만에 최저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미국 사업의 성장 둔화였다.

월마트의 2분기 미국 동일점포 매출은 연료를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6년여 만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예상치 3.8%를 크게 밑돌았다. 월마트 동일점포 매출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친 것은 적어도 5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여기에는 일시적인 요인도 있다. 미국 정부의 약가 협상에 따른 의약품 가격 하락이 헬스·웰니스 사업 매출을 끌어내렸다. 이를 제외하면 미국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은 3.4%였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에서도 둔화 신호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매장 방문 증가율은 1분기 3%에서 2분기 1.5%로 낮아졌다. 전체 동일점포 매출은 온라인 성장에 힘입어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부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 동일점포 매출은 한 자릿수 초반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이 지출 과정에서 선택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일부 절충(trade-offs)을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높은 휘발유 가격이 저소득층 소비자들의 지갑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둔화는 엔비디아 성장 둔화와 비슷”

월마트 실적에 시장이 크게 반응한 것은 이 회사가 미국 소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기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아넥스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경제에서 이번 실적은 엔비디아가 성장 둔화를 발표한 것과 같다”며 “월마트는 소비자들의 트레이드다운에서 승자가 돼왔지만 그 순풍이 약해지고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소비 관련 지표도 완전히 낙관적이지 않다. 7월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 밖으로 감소했고, 높은 휘발유 가격도 수개월째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마트는 높은 유가로 올해 20억달러를 웃도는 추가 비용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니 CFO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8리터)당 4달러를 넘어서면 심리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최근 1개월 주가 추이 (단위: 달러, 자료: CNBC)
월마트 최근 1개월 주가 추이 (단위: 달러, 자료: CNBC)
온라인 24%↑…연간 전망은 오히려 상향

그렇다고 월마트 실적 전체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점이 이날 주가 급락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다.

2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1879억4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국 전자상거래 매출은 24% 급증했다. 광고사업 월마트 커넥트 매출도 43% 늘었고 멤버십 수입은 17% 증가했다.

월마트는 연간 순매출 증가율 전망도 기존 3.5~4.5%에서 4~5%로 높였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 역시 2.75~2.85달러에서 2.80~2.87달러로 상향했다.

월마트는 가격 경쟁도 강화하고 있다. 2분기에 1만1000개 이상의 상품 가격을 낮췄다. 관세 환급금 29억달러도 소비자 가격 인하에 활용하고 있다.

마이클 래서 UBS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이 월마트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붙일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월마트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키울 수 있다는 장기 투자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날 월마트의 9% 폭락은 실적 악화 자체보다는 높아진 시장의 기대와 미국 소비 둔화에 대한 경계심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월마트는 매출 전망을 높이고 온라인·광고 사업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미국 핵심 사업의 성장률이 둔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은 강하게 반응했다.

특히 월마트조차 고유가 속에서 소비자들이 지출 항목을 선택하기 시작했다고 확인한 만큼 향후 미국 소비의 지속력이 뉴욕증시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에서 열린 월마트의 상장 이전 기념 개장 행사에서 화면에 월마트 로고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12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에서 열린 월마트의 상장 이전 기념 개장 행사에서 화면에 월마트 로고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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