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노동시장을 바꾸고 있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 않다. 숫자는 변화가 이미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의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는 전년보다 23만4000명 늘었다. 고용률도 61.8%로 소폭 상승했다. 경기 회복 흐름 속에 고용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연령별 지표를 들여다보면 숨겨져 있던 모습이 드러난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3.3%로 전년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모든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했다. 22개월째 내리막이다. 반면 40~49세 고용률은 80.0%로 1.2%포인트 상승해 가장 크게 늘었다.
이 숫자들이 보여주는 것은 AI발 노동시장 변화다.
기업의 채용 기준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업이 찾는 ‘준비된 인재’는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직무 경험이 있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수 있으며,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다.
일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 노동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40대 고용률이 치솟은 이유다.
반면 직무 경험이 없는 청년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AI는 단순 반복 업무를 삭제한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처음 들어갈 때 맡는 일이 바로 이런 초급 업무다.
역설적으로 AI 시대에 지식 산업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2월 고용동향에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취업자는 10만5000명, 정보통신업은 4만2000명 감소했다. 이 역시 AI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
AI 시대에 기업은 청년들을 원하지 않고,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 문턱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AI발 노동시장 양극화의 서막이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청년들의 노동시장 이탈이다.
경험이 없어 취업이 어렵고 취업이 어려워 경험을 쌓을 기회도 없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일자리를 찾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일하고 싶지만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이다.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회는 위태롭다. 경제 성장 동력도, 사회의 지속 가능성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해법은 있다. 청년에게 ‘경험의 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
첫 직무 경험을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직무 경험 교육 프로그램과 인턴십, 기업 연계형 훈련을 확대해 청년들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업무와 연결된 현장형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AI 시대에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학교 교육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요구를 따라가기 어렵다. 청년들이 기업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과 업무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시대에 맞게 직업훈련 체계를 바꾸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기존 이원 직업교육제도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 AI·데이터·자동화 역량을 주요 과정으로 편입하고 있다.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배우는 구조는 그대로 두되, 청년을 곧바로 AI가 적용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훈련 내용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영국은 한 발 더 나갔다. AI·자동화 실무자를 양성하는 국가 직업훈련 과정을 신설하고, 기업이 청년을 채용해 급여를 지급하면서 교육과 자격 취득을 병행하도록 했다. AI를 직업훈련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청년이 ‘AI를 쓰는 직무’에 바로 들어가게 하는 전형적인 국가주도형 모델이다.
미국 기업들은 채용 기준을 바꾸고 있다. 구글과 IBM은 학위보다 AI·디지털 실무 역량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인턴십→정규직’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교육하고 현장에서 역량을 검증한 뒤 채용하는 구조다. 미국다운 기업주도형 모델이다.
결은 달라도 방향은 같다. 청년에게 첫 일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노동시장 문턱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청년 취업 지원은 복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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