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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배달플랫폼지부 소속의 남부분회 대의원이었던 배달 노동자 조씨는 지난 9일 이곳에서 배달을 하던 중 신호를 위반한 택시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사경을 헤매던 조씨는 지난 20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배달플랫폼지부는 조씨의 가족과 협의해 장례를 노동조합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고 노제를 진행했다.
조사를 맡은 김영수 배달의민족 지회장은 “영원히 우리의 대의원일 조병철 동지와 마지막 길을 함께 하고 있다는 현실을 믿기가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지회장은 “언제나 행복한 식사를 가져다드린다는 사명감으로 아스팔트를 맨몸으로 달리는 노동자인 우리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며 “그럼에도 그러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제일 먼저 도로 법규를 지키며 ‘안전하게 배달하는 세상’을 외쳤던 조 동지가 떠난 것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배달 노동자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산업재해(산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배달을 하던 중 사망한 이들만 18명에 달한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속도 경쟁으로 노동자들이 내몰리고 있지만, 사고의 원인은 배달 노동자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속도 경쟁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라며 “단돈 몇 푼의 이윤에 노동자들의 목숨은 언제나 뒷전이다”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이는 산업재해고, 구조적 타살인 만큼 더 많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희생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노총 역시 배달 노동자들을 위해 더욱 힘을 쏟겠고, 이는 노조를 위해 헌신했던 조 동지를 기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현장에서는 조씨를 추모하기 위한 살풀이 공연, 노래 공연 등이 이어졌다. 또 조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가족들도 편지를 읽으며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달 노동자들은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성희 배민지회 부지회장은 “배달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위해 노동자와 기업, 정부 등 이해관계자를 모아 안전배달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보험 등 사고 처리는 물론, 안전배달제 도입과 더불어 배달공제조합을 설립, 이를 위한 예산안 반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배달 노동자들은 오는 4월 7일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과, 오는 5월 1일 2000여대의 오토바이 행진을 각각 열어 사회에 배달 노동자들의 문제를 전면에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