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23개국이 이미 어떤 형태로든 임대료 규제를 두고 있다. 아일랜드와 오스트리아는 올해 적용 범위를 넓혔고, 스코틀랜드는 2027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도 생활비를 낮출 방안으로 임대료 동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식은 제각각이다. 전면 동결부터 연간 인상률 상한까지 다양하고, 기존 계약에만 적용하거나 신규 계약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신축 주택을 예외로 두는 경우도 많다.
뉴욕 100만가구 동결…“수리비 회수 못 해” 반발
미국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임대료 상승률이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중위 연령은 40세로 역대 최고였다. 내 집 마련을 미룬 젊은층이 임차 시장에 머무르면서 임대 수요가 다시 임대료를 밀어 올리는 구조다.
열 가구 중 일곱 가구가 세를 사는 뉴욕은 미국에서 임대료 부담이 가장 무겁다. 규제가 수십 년간 이어졌는데도 새로 입주하는 세입자는 소득의 40%를 임대료로 쓴다. 지난해 당선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시 위원회가 인상률을 정하는 ‘임대료 안정화’ 대상 약 100만가구의 임대료를 2년간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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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세입자 단체들은 임대료가이드라인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운영비가 수입을 웃도는 부실 건물은 규제 대상의 9%뿐이라고 반박한다.
베를린, 규제에도 70% 올라…시장은 얼어붙어
독일 베를린은 규제가 겉돈 사례로 꼽힌다. 신규 계약에 적용되는 ‘임대료 브레이크’와 기존 계약의 인상폭을 제한하는 ‘인상 상한’을 함께 두고 있지만, 연방정부 평가 결과 임대료는 지난 10년간 70% 가까이 올랐다. 시정부가 5년간 동결을 추진했다가 2021년 헌법재판소에서 무효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시장은 얼어붙었다. 임대료가 묶인 옛 계약에 눌러앉는 편이 유리해서다. 쾨페니크 교외의 규제 아파트에 사는 질케는 “지금은 더 좁은 집에 같은 돈을 내야 하니 이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경제연구소의 콘스탄틴 홀로딜린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감소와 품질 저하, 이동성 저하 같은 장기 효과까지 감안하면 규제가 좋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빈틈도 많다. 기존 세입자가 웃돈을 얹어 다시 세를 놓는 전대가 관행처럼 퍼져 있다. 크로이츠베르크의 33세 세입자 아네테는 규제 주택 평균의 두 배 가까운 임대료를 내면서도 “쫓겨나고 싶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신축·증축 주택이 규제에서 빠지는 것도 큰 구멍이다.
스코틀랜드 재설계…잉글랜드로 번지나
스코틀랜드는 실패를 겪고 제도를 손봤다. 2022년 9월 6개월 동결 뒤 연 3% 상한을 두는 긴급 조치를 도입했으나, 기존 계약에만 적용한 탓에 그해 4분기 신규 임대료가 에든버러 15%, 글래스고 14% 뛰었다. 업계 단체 리얼에스테이트UK는 이 조치 이후 7억파운드 규모의 기관투자 임대주택 사업이 보류되거나 철회됐다고 밝혔다.
2027년 도입할 새 규제는 특정 지역에만 최장 5년간 적용하고, 신규·기존 계약 모두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1%포인트를 더한 수준, 최대 6%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처음 임대시장에 나오는 주택은 예외다.
버넘 총리가 입장을 바꾸면 스코틀랜드 방안이 훨씬 큰 잉글랜드 시장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공정책연구소(IPPR)는 영국 전역 240만가구가 세후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쓴다며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규정했다.
규제가 공급을 줄인다는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세입자 노조 리빙렌트의 고든 말로니는 “집주인은 달팽이가 아니다”라며 “시장을 떠날 때 집을 등에 지고 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FT는 부동산이 과열된 지역일수록 장기적인 해법은 결국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베를린 시정부는 시민 모두를 수용하려면 10만가구가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